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것은 대형 인사 참사다. 그런데 인사에 관여한 대통령실, 법무부, 경찰청은 한결같이 너무 당당하게 “몰랐다”고 말한다. 인사참사 책임이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의 임명 과정은 이렇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이 인사 추천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1차 검증을, 그리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차 검증을 했다. 여기에 경찰청 정보 파트에서 세평(세간 평가) 검증이 반영됐다. 대통령실, 법무부, 경찰이 모두 검증에 관여했지만, 이 중대 사안을 걸러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규명이 뒤따르는 게 도리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공직후보 질문서를 보강하겠다”며 질문서 탓을 했다. 학폭, 소송과 관련한 구체적 질문이 빠져 있고 사실 그대로 답변할 의무를 강조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은 기계적인 1차 검증을 하는 조직일 뿐”이라고 한다. 한동훈 장관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정무적 책임은 느끼지만 구조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아니다"고 했다. 경찰은 법무부에 책임을 떠민다. “검증 결과를 보고받을 뿐이며 ‘아무 문제없음’으로 통보받았다”는 것이다. 종합해 보면 정 변호사가 질문서에 학폭 관련 소송을 기재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는 것인데, 이럴 거면 2중, 3중의 검증기구가 왜 필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인사 검증 기능에 중대한 구멍이 있는 만큼 책임져야 할 분이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여당에서까지 이런 얘기가 나오겠는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과와 함께 검증과정을 되짚어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고, 투명한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증 라인에 포진한 검찰 인맥들의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의혹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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