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재고율, 외환위기 후 최고
경기 선행지수, 7개월 연속 하락
"반도체 반등 없인 수출 제약 불가피"
1월 산업생산이 4개월 만에 반등했으나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등은 여전히 부진해 점점 내려가는 경기를 만회하기에 부족했다. 경기 전망도 어두워 생산, 소비 등 주요 경제 지표는 더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5% 늘었다. 지난해 10월(-1.2%) 11월(-0.4%) 2개월 연속 감소하다 12월 보합이었던 전산업생산은 4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산업생산 증가폭은 지난해 6월(0.5%) 이후 가장 컸다. 특히 산업 중 가장 덩치가 큰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하반기 내내 마이너스에 머물렀던 데에서 벗어나 3.2% 늘었다.
제조업 증가를 이끈 건 전월 생산보다 111.0% 뛴 통신·방송장비였다. 지난달 17일 삼성전자의 휴대폰 신제품인 '갤럭시S23' 출시에 앞서 관련 부품을 국내 제조업체가 대량 생산한 영향이다.
다만 1월 생산은 '반짝 회복'에 가깝다. 갤럭시S23이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통신·방송장비 생산은 1월만큼의 실적을 거두기 쉽지 않아서다. 한국 경제 효자 품목인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5.7% 감소한 점도 경기가 반등세를 탔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12월(2.2% 증가)을 제외하곤 7월부터 줄곧 감소세다.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도 치솟았다. 1월 재고율은 전월보다 2.2%포인트 오른 120.0%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7월(124.3%) 이후 가장 높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 모두 여전히 어려운 모습"이라며 "반도체 경기 반등 없이는 수출 회복 제약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생산과 함께 양대 경제 지표인 소비 부진도 악재다. 1월 소비는 2.1% 줄면서 3개월 연속 뒷걸음질이다. △승용차 등 내구재(-0.1%) △의복 등 준내구재(-5.0%) △음식료품·화장품 등 비내구재(-1.9%) 모두 감소했다.
1월 승용차 소비 위축은 정부가 2월 초 발표한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 여파가 컸다. 전기차 가격을 결정짓는 구매보조금 수준을 지켜보기 위해 1월에 승용차 구매를 미룬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각각 전월 대비 0.4포인트, 0.3포인트 내려가면서 4개월, 7개월 연속 하락했다. 현재 경기가 어두울 뿐 아니라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어려운 실물경제 여건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경기는 상·하방 요인이 혼재된 모습"이라며 "생산 측면에선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등이 긍정적이지만 반도체 재고 증가에 따른 재고 조정 과정, 수출 감소세 지속 등이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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