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당사자인 자신의 아버지, 시아버지, 삼촌 등이 이번 배상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알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날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방침을 발표하면서 문의가 이어진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산하인 이곳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 지급 주체다.
이날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던 정오께부터 오후 5시까지 총 10여 명의 피해자 유족들이 재단을 방문했는데, 모두 배상금 지급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배상금 지급 대상은 일본 제철,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로,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15명이다. 일제강점기 탄광이나 군수 공장 등에 강제로 끌려가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으며 노역을 해야 했던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가 수천 명에 달하고 이 중 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경우만도 1,000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극히 일부인 셈이다.
이날 오후 재단 관계자들은 피해자 유족들을 회의실로 안내해 정부의 배상 해법과 개인별로 대상이 아닌 이유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유족분들이 나이가 있다 보니, 법적인 부분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의 친절한 설명을 들은 유족들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강제징용 피해자 가족을 생각하면 억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아버지가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옥심(77)씨는 "박정희 정부 때 지하철,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다 대줬다는데, 우리 아버지 피땀 값만은 받은 게 없다"며 정부의 대일 협상 역사 자체에 분노를 표시했다.
정부는 이날 2018년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재단이 일본 전범기업 대신 배상금을 지급하고,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에도 역시 판결금 등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대법원이 2019년 10월과 11월 피고 기업(신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지 4년여 만이다. 이에 대해 일부 피해자 및 지원 단체, 정치권 등에서는 일본 전범기업의 책임을 묻지 않은 굴욕적인 해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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