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가격 인상 철회 이후에도
버거킹 등 햄버거값은 고공행진 중
"가맹점주 이익 보호 책임" 토로
"우리라고 왜 눈치가 안 보이겠어요. 살 떨리지만 올릴 수밖에 없는 거죠."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1년도 안 돼 제품 가격을 올린 까닭을 묻자 8일 이렇게 토로했다. 최근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등 대형 식품업체들이 정부의 물가 안정 동참 압박에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와중에 햄버거값만 오르고 있는 건 다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햄버거 업계가 지난해 가격을 올린 지 6~8개월 만에 다시 한번 줄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가격 동결을 선언한 식품업계와 비교되는 행보로 눈총이 쏟아지지만, 가맹점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게 햄버거 업계의 입장이다.
연초부터 햄버거 '줄인상'…"가맹점주 고려해야"
업계에 따르면 버거킹은 10일부터 일부 메뉴의 가격을 2%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와퍼는 6,900원에서 7,100원으로 오른다. 와퍼는 지난해부터 세 차례 인상을 거쳐 1년여 만에 1,000원이 비싸졌다.
맘스터치도 하루 전인 7일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7% 인상했다. 지난달에는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가격을 각각 평균 5.4%, 5.1% 올렸다.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인기를 끈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도 비슷한 시기 가격을 평균 4.8%까지 조정했다.
업계는 외식 프랜차이즈의 사업 구조상 인상은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원자잿값, 물류비뿐 아니라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인건비와 배달비 등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제조사인 식품업체보다 많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발표한 '2022~2023 국내외 외식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0년 국내 외식업체의 매출액은 연평균 4.2% 증가했으나 인건비는 8%, 영업비용은 5.9%, 임차료는 3.9%, 기타경비는 5.6% 증가해 이익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수익이 줄어든 가맹점주들의 제품 값을 올려달라는 요청을 외면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 만드는 식품업체는 마진을 덜 남기고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가맹점과 상생이 중요한 외식 프랜차이즈는 상황이 다르다"며 "각종 요금 내고 나면 문 닫아야 할 판이라고 본사에 호소하는 점주도 많다"고 말했다.
'왜 우리만 잡나'…'볼멘소리' 나오는 식품업계
그러나 일부에선 정부가 대형 식품업체 위주로 압박에 나서면서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가격을 올리기 상대적으로 수월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햄버거는 역대 정부가 간접적으로 가격을 챙겨 온 라면이나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심한 치킨보다 비교적 인상 부담도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2021, 2022년에 걸쳐 한 차례 가격을 올렸고, 지난해 하반기 대형마트 '반값치킨'이 등장하면서 비싸다는 눈총을 받는 터라 값을 더 올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햄버거 가격 인상을 바라보는 식품업계에선 "억울하다"는 호소가 나온다. 식품업계의 경우 최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까지 나서 이례적으로 12개 업체 대표를 모아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던 만큼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식품업체 영업 이익률이 많아 봐야 3, 4%에 불과한데 가격 인상 요인을 해소할 지원책은 없이 가격 통제만 이뤄지니 죽겠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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