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윤 대통령 결단에 일본이 소극적인 이유

입력
2023.03.14 00:00
27면
0 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이 한국과 관계 개선 협상에 그토록 소극적이었던 이유 중에는 한일 간 미국을 둘러싼 전략적 위상의 문제가 있다. 이는 한국 내 관련 논의에서 종종 간과되는 부분이다.

한일 갈등을 한일 간 역사적인 문제 요인들을 고려한 양자관계 측면에서만 응시하면 한일 데탕트에 소극적인 일본의 진짜 속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은 시야를 넓혀 작금의 미중 경쟁 시대의 유동적 세계 질서와 동아시아 지정학에서 일본 스스로 생각하는 전략적 위상을 읽어야 한다. 작금은 세계 1등인 미국과 3등인 일본이 손을 잡고 2등인 중국을 견제하는 국면이다. 일본의 위상은 이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3각 안보 체제에 소극적이던 한국이 이제 윤석열 정부에서 적극적인 멤버로 돌아서면 미국에 있어 일본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 일본이 미국과 동아시아 전략 지분을 이등분하면 될 것을 한국까지 고려해 삼등분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미일은 한국의 생각과 입장을 더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잘 몰라주지만 일본은 여전히 스스로를 동아시아의 맹주로 여기는 '제국의 향수'를 지니고 있다. 구한말 때처럼 일본은 미국과 함께 양자적 차원에서 동아시아 지정학적 판도를 재편하려고 하고, 작금의 미중 경쟁 구도에서 그것은 중국을 상대하는 것이다. 일본은 군사 대국화를 통해 미국으로 하여금 미일 양자가 협력하면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는 데 충분하다는 믿음을 주고 싶어 한다. 최소한 지속해서 일본이 미국에 있어 우선적인 '1촌 동맹' 지위를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도 미국과 '1촌'을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한국을 '동급'으로 여기지 않는 일본 입장에서는 불편한 일이다. 더구나 이제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로 자신을 표정(標定)하고 더 높은 수준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추구하니 견제심리가 발동한다.

특히 한국이 미국과 전략적 교집합을 넓혀 글로벌 차원에서 공조하게 될 경우 한국의 위상은 더욱 커지게 된다. 한국은 2022년 11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처음으로 한국 대표부를 개설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한국이 전략적 시각을 유럽까지 확대한 획기적인 사건인데도 국내 언론에서 의외로 간단히 보도되었다.

한국은 일본의 전략적 목표와 의도를 이해하고 상호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일본도 한국이 국내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대승적인 데탕트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한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진정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양국은 상호 협력을 통해 더 나은 동아시아 지정학적 판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다.

한편, 한일 모두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순위에 두면서 양자 관계를 홀대하는 경향을 보이는 바, 양자 간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미국의 중재 역할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강제징용 해법을 제시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신기원적 새 장(a groundbreaking new chapter)을 열었다"고 즉각 환영성명을 발표한 것도 일본한테 한국에 화답하라는 '화해 압박'인 셈이다.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