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평균 17일의 연차를 부여받지만, 5일 이상은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보다도 적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에 담긴 내용이다. 정부가 주 최대 근로시간을 늘리되 휴가를 몰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추진하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결과다.
수당을 위해 연차를 자의로 반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체인력이 부족해서(18.3%), 업무량이 많아서(17.6%), 상사 눈치가 보여서(11.4%) 등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경우가 절반이 넘었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 이 비율이 더 높았다. 직장갑질119 조사에서도 20대 응답자 중 법정 의무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한 비율은 9.7%에 불과했다. “요새 MZ세대는 부회장 나오라, 회장 나오라 하는 등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식과는 괴리가 상당하다.
정부는 기업만이 아니라 근로자들도 주52시간 이상 근로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연구원 조사를 보면 근로자들의 희망근로시간은 주36.7시간에 불과했고, 특히 20대는 그보다 적은 34.9시간이었다.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허용하는 개편안이 논란을 빚자 재검토에 나섰지만 여전히 정부의 메시지는 안일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의견 수렴도 하기 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김대기 비서실장은 어제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개편안 자체보다 홍보 실패에서 원인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재검토하기로 했다면 개편안을 전면 폐기할 수도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입에 맞는 의견만 수렴해 과로사회 조장이라는 본질은 손대지 않는다면 반발은 더 거세질 것이다. 대통령이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라”며 콕 집은 MZ세대와의 현실 간극이 가장 크다는 조사 결과의 의미도 잘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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