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국내 전기자동차 업계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미국은 자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미국으로 제조업을 불러들이고 있다. 전기차, 2차전지뿐 아니라 태양광도 폴리실리콘 생산부터 설치까지 단계마다 유인책을 심어 놨다.
미국의 IRA가 발표된 이후 유럽연합(EU)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6일 EU가 공개한 핵심광물법(CRMA)과 탄소중립산업법(NZIA) 초안은 '조속한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기조 아래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살리고 안전한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관련 수요의 40%를 역내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주요국은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각종 법과 제도로 탄소무역장벽을 쌓고 있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결코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고자 우리도 반도체, 2차전지와 함께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일명 '한국판 IRA법'(조세특례제한법)이 발의돼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국내 재생에너지는 세액공제만으로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태양광 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 밀려 사실상 제조생태계가 무너진 상황이다. LG전자, 신성이엔지 등이 국내 태양광 셀 생산을 접었고, 한화큐셀과 현대에너지 솔루션만이 태양광 셀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50.3%를 차지했던 국산 태양광 셀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작년에는 34.7%로 쪼그라들었다.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OCI도 해외로 생산공장을 옮겼다. 해상풍력도 국산 부품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해상풍력 국산화 규정(LCR)이라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수요가 한정적이니 국내 공급망 투자를 크게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국판 IRA 같은 지원정책도 중요하지만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높여 시장을 넓히는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내수시장이 좁은 우리 현실에서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제조 기반이 처한 상황과 비율 확대를 위해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우선 들여다보아야 한다. 24일은 법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한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이 마련돼야 하는 마감일이다. 한국판 IRA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정부가 기본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 시장을 보호하고 진흥해 나갈 것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시장에 전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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