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초 연결시대입니다. 글로벌 분업, 기후변화 대응, 빈곤퇴치 등에서 국적을 넘어선 세계시민의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행성에 공존하는 대륙과 바다 건너편 시민들의 민심을 전합니다
미국과 유럽인들이 체감하는 외교와 안보 지형이 최근 5년 크게 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위협이 반복되고 내성이 생긴 때문인지, 미국 시민이 느끼는 가장 큰 안보 위협에서 북핵이 밀려나는 대신 사이버 위협이 1위에 올랐다. 유럽에서는 트럼프 재임 기간 바닥권으로 떨어졌던 미국 지도자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29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정세(World Affairs) 조사에서 미국의 중요한 이익에 대한 '중대 위협'을 묻는 질문에 사이버 테러리즘(84%)이 1위를 차지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74%)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73%)은 2, 3위에 올랐다. 이어 국제 테러리즘(68%), 중국의 군사력(66%), 중국의 경제력(64%) 순이었다.
미국인들은 2021년 이후 사이버 테러를 가장 중대한 위협으로 꼽고 있고 그러한 견해는 더 많아지고 있다. 그 이전에는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국제 테러리즘이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꼽혔다. 특히 북한과 이란의 핵 위협은 2013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중대한 위협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공동 1위를 차지했던 두 나라는 지난 10년간 그러한 견해가 10%포인트가량 줄어들었다. 북한의 경우 미사일 도발이 쉼없이 계속되면서 북한 핵 위협에 둔감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중국을 경계하는 시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인 3명 중 2명꼴로 중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각각 미국의 중요한 이익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답했는데, 2016년만 해도 이러한 견해는 40%에 불과했다. 갤럽은 미국인의 50%가 미국의 가장 큰 적으로 중국을 꼽은 또 다른 여론 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러시아의 군사력을 중대한 위협으로 보는 견해는 지난해 59%에서 51%로 감소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군사적 좌절에 직면하는 것을 보면서 러시아 군사력이 위협적이라는 인식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위협에 대한 관점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사이버 테러나 이란·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공화당 성향과 민주당 성향 모두 비슷한 시각을 보였지만, 중국의 군사력·경제력과 이민 문제에 대해선 공화당 성향이,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선 민주당 성향이 훨씬 더 중요한 위협으로 여기는 경향을 보였다.
한편 유럽에서는 중국과 미국을 모두 비판적으로 보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프랑스 독일 영국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유럽인들은 중국의 인권문제와 경제적 부상,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자국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경향도 보였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행정부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는데,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는 신뢰도가 10~20%대까지 추락했으나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이후에는 50~60% 수준까지 회복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