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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이 ‘기적의 항암제’라 불리는 ‘킴리아’를 처방하는 6번째 병원이 됐다. 이르면 이달 중 있을 첫 투약을 준비 중이다.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신약이 빅5 이외 병원으로 확대된다는 소식에 의료계도 환자들도 기대가 크다.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고 손쓸 방법이 없었던 아이에게 지난해 킴리아를 주사한 서울아산병원은 지금까지 아이가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 킴리아는 세포를 보관·처리할 수 있도록 인증받은 특수시설을 갖춘 병원에서만 처방이 가능하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암세포를 능동적으로 잘 찾아낼 수 있게 하는 유전자를 삽입한 다음 다시 넣어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치료와 세포 치료의 개념을 혼합한 셈이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화학요법, 방사선치료, 표적치료제와 달리 킴리아는 체내 면역세포가 암을 대신 공격하게 만드는 면역항암제다.
□ 킴리아보다 앞서 출시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세계에서 매출을 가장 많이 올리는 1등 블록버스터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하면 지난해까지 무려 10년간 1등 자리를 사수했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미국 특허가 지난 1월 만료됐다. 그 자리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키트루다가 꼽힌다.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무력화시키지 못하게 방해하는 이 약은 면역항암제 중 가장 많은 암에 쓸 수 있게 허가받았다.
□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가 면역항암제 개발을 ‘올해의 혁신 성과’에 선정한 지 10년이 됐다. 빠르게 상용화해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안겼지만, 한 번 쓰는 데 수백만~수억 원에 이르니 건강보험 재정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더구나 효과를 보는 환자가 10~40%밖에 안 되는 약이 여럿이다. 세포처리 특수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병원들은 서울로 원정치료 가는 환자들을 바라만 봐야 할 처지다. 획기적 기술이 나와도 암 정복까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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