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손해, 이자 비용 등
지출 증가폭, 수익의 4배 이상
환율 급등 등 시장 변동성 대비
한국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유 유가증권 손실이 3배 불어나는 등 금리 결정 주체인 한은도 고금리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30일 한은이 공개한 '2022년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은 2조5,45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역대 최고 수익을 냈던 2021년 7조8,638억 원 대비 5조3,186억 원이 줄었다. 1년 만에 3분의 1토막 난 셈이다. 2014년 1조9,846억 원 이후 가장 적기도 하다.
순이익이 쪼그라든 것은 지난해 한은 지출이 수익보다 더 크게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총수익은 전년 대비 1조9,115억 원 늘어난 20조9,946억 원이었다. 금리 인상에 외화자산 운용 이자가 늘었고, 1,400원을 훌쩍 뛰어넘었던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 매도 규모를 늘린 결과 외환매매수익도 증가했다.
문제는 지출 증가폭이 수익의 4배 이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총비용은 17조6,982억 원인데, 전년 대비 9조3,565억 원이나 늘었다. 한은이 보유한 채권 및 주식 가격이 하락하자 유가증권에서의 손해(9조7,307억 원)가 전년 대비 6조9,633억 원 증가했던 게 컸다. 한은이 지불해야 할 통화안정증권 이자도 4,565억 원 늘었다. 한국은행법에 따라 순이익 가운데 30%의 법정적립금, 정부의 승인을 얻은 임의적립금을 뺀 1조7,546억 원은 정부 세입으로 처리됐다.
지난해 총 자산 규모는 582조8,261억 원으로 1년간 12조8,175억 원 감소했다. 유가증권 규모가 크게 줄었다(42조2,190억 원 감소). 환율 급등 등 유사시 시중에 달러를 풀기 위해 정부채·회사채 등 채권을 매각해 외화 유동성을 늘렸기 때문이다.
대신 보유 외화자산 중 현금 비중은 예년의 5%에서 10%로 2배 늘렸다. 현금 비중이 이렇게 높았던 것은 200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즉각 공급할 수 있는 돈을 빼놨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그만큼 지난해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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