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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방미에 반발하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미국이 지난주 각각 대만해협으로 항공모함을 급파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의 6만7,000톤급 산둥함이 대만 동부해안에서 약 200해리(370km)까지 근접했다. 미 태평양함대 소속 10만 톤급 니미츠함도 출동해 대만 동부해안 약 400해리(740km) 지점까지 접근한 사실을 대만정부가 공개했다. 양측이 일촉즉발의 기싸움을 벌인 것이다.
□ ‘떠다니는 군사기지’ 항공모함의 전력은 미국이 압도한다. 니미츠함은 1975년 취역 후 2017년 제럴드 R 포드함이 나오기 전까지 세계 최대 항모로 위세를 떨쳐왔다. 핵추진 방식으로 연료 재보급 없이 시속 55km, 최대 20년간 운항한다. 추진력은 26만 마력. 항모에 실린 군용기 90여 대가 30초에 한 대씩 출격 가능해 인접국을 멸망시킬 위력을 떨친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반면 2019년 취역한 산둥함은 구식인 디젤엔진에 군용기 탑재도 40여 대 수준이다.
□ 항공모함은 오스트리아 해군이 목선에서 열기구 풍선에 폭탄을 싣고 날려 적진에 투하하는 실험에서 비롯됐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이런 작전개념이 진화했고 1920년대에는 일본이 세계 최초 항공모함 ‘호쇼’를 개발해 1941년 진주만 침공 직전까지 세계 최대인 11척을 보유했다. 하지만 현대전에서 항공모함은 막대한 비용과 첨단기술력이 필요해 웬만한 국가는 감당하기 어렵다.
□ 미군이 운용하는 핵추진 항공모함은 한 척당 건조 비용이 5조 원을 넘는다. 여기에 척당 1조 원이 넘는 구축함, 순양함, 보급함 등이 10척가량 따라붙고 항모에 실린 전투기, 수송기, 각종 미사일까지 합치면 항공모함전단 1개를 꾸리는 데 20조 원 이상이 소요된다. 작은 국가의 한 해 국방예산에 맞먹는 수준이다. 미중 패권전쟁은 ‘돈잔치’인 셈이다. 11척을 보유한 미국에 맞서 중국은 2035년까지 6척의 항모를 갖춰 대만해협 1,000km 안으로 진입조차 못 하게 한다는 태세다.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바다가 신냉전 전장이 될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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