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결속 목적으로 한 한미정상회담
가치외교 올인 윤 대통령 선택의 성과
우리 국익에 힘 실리는 후속 절차 기대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뉴스룸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빈 초대로 이뤄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우선 목적은 동맹 결속에 있었다. 이는 양 정상의 공동성명 첫 줄은 물론, '강철 같은 동맹'을 외친 윤석열 대통령의 건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워싱턴 선언의 취지 또한 '흔들림 없는 안보협력에 의한 결속'으로 동맹의 견고함을 중시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양국 국민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70년 약속을 보다 확실히 해두자는데 뜻을 함께한 이벤트였다. 따라서 취임 이후 줄곧 미국과의 가치 동맹 강화를 통한 대한민국 안보 공고화에 힘을 기울였던 윤 대통령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을 자리였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한미 핵공조가 워싱턴 선언으로 명문화되면서 한반도의 내일은 어제보다 안전해지겠다는 믿음이 마련된 지점이야말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드러지는 윤 대통령의 '득점 포인트'였다. 핵협의그룹(NCG) 설립, 탄도미사일원자력잠수함(SSBN)의 정례적인 국내 입항 등 미 전략자산의 전개 확대 다짐은 꽤 위력을 발휘할 확산 억제책이다. 지난해 5월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적힌 '연합연습 및 훈련 규모 확대 협의 개시'나 '미국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게 전개하는데 대한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 등과 비교하면 1년 새 한미 안보공조는 대폭 나아갔다. 신냉전의 도래로 등거리 외교에 매달려 동맹의 신뢰를 해할 수 없다는 판단. 윤석열 정부가 양안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숨기지 않았던 선택이 불러낸 첫 번째 성과이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회담 현장에서 우리 국민의 생존과 번영이 미국 국민의 그것과 동급으로 거론되고 보살핌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를 남길 수밖에 없다. 기자회견과 정상회담 성명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이익을 외치는 목소리가 훨씬 크게 들리는 듯했다. 윤 대통령의 방미 도중, 86세까지 백악관을 지키겠다고 호기롭게 차기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 그에게 정상회담은 실력을 드러낼 찬스였을 것이다. 절륜한 정치 9단이 행간에 심어놨을 청구서가 걱정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선 우리의 국익과 직결되는 메시지들이 바이든 정부가 업적으로 쌓아가는 인도태평양전략과 러시아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문구들에 비해 후순위로 놓였다는 인상이 짙다. 정상 공동성명에서 'AUKUS의 출범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지'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규탄에 있어 연대'가 가장 앞쪽에 위치했고, 대중국 전열에 한국의 동참을 종용하는 뉘앙스의 '양국은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이 유독 돋보였다. 워싱턴 선언에선 NCG 설립의 조건을 걸듯 NPT 의무준수를 못 박아뒀다. 더구나 우리 기업들을 옥죄는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과 관련해선 한국의 입장을 유의미하게 반영한 미국의 성의가 안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 반도체법으로 한국과 윈윈한다"고 한 말보다 이에 앞서 밝힌 "우리가 다시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더 진심에 가깝게 들렸다.
윤 대통령의 방미 전후 대통령실이 발신하는 대중·대러 메시지는 일관되게 차갑다. 미국을 위시한 자유진영을 향해 드러낸 대통령의 '올인할 결심'의 피치 못할 반작용이었다. 그럼에도 정상회담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미국의 마음은 우리의 단심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첫술에 포만감을 원하는 걸 성급하다 하겠지만,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과 우리 기업은 애가 탄다. 대통령의 결심이 끝내 결실로 맺어지려면 정상회담 그 이후가 중요하다. 미국의 안보 약속은 빠른 시일 안에 실현되어야 하고, 규제 완화 절차는 하루빨리 궤도에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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