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조성명 강남구청장
스쿨존 교통환경 문제 주민 동의 의무화
"어른 편의보다 아이 입장에서 고려해야"
대치동 청소년심리지원센터 '사이쉼' 확대
"SETEC 부지로 청사 이전 양재천 이남 개발"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을 끼고 있는 서울 강남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최근 닷새 사이 역삼동과 도곡동 등에서 10대 청소년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치동 학원가에선 마약 성분이 든 음료가 퍼지면서 학생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선 만취한 운전자 차량에 초등학생이 치여 사망했다. 강남에서 자녀 넷을 키운 조성명 서울 강남구청장도 자연스럽게 아이들 문제에 관심이 커졌다.
그는 24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저출생이 심각한 상황에서 서울의 자존심 강남에서 아이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강남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언북초 스쿨존 사고 전에 보행로 설치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1970년대 강남 개발 이후 초등학교 보행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이면도로에 상가가 들어서고, 차량 통행도 많아졌다. 문제는 교통환경을 개선하려면 주민설명회를 통해 절반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2020년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90% 이상이 반대했다. 일방통행을 지정하면 교통이 불편해지고, 상가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주민 동의가 어려웠다. 언북초 사건 이후 주민동의 필요 없이 의무적으로 교통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서울시구청장협의회를 통해 지난달 경찰청에 건의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구청 차원에서 가능한 대책은 무엇인가.
"우선 사고가 발생한 언북초 앞을 지난 2월 일방통행로로 지정하고 보행로를 만들었다. 과속경보시스템과 안전펜스도 설치했다. 강남구 32개 초등학교 대상 교통안전 전수조사도 하고 있다. 보행로가 조성되지 않은 11곳은 다음달까지 주민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해 여름방학이 끝나는 8월까지 통학로 개선사업을 마치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스쿨존 안전 문제는 어른들 편의가 아니라 아이들 입장에서 봐야 한다."
-10대 청소년 안전에 대한 우려도 많다.
"치열한 경쟁과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년이 많아졌다. 대치동 학원가에 청소년심리지원센터 ‘사이쉼’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들이 이용을 꺼렸지만 최근에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전문 상담인력을 배치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 아이들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또 마약 음료 사건 등 청소년 마약 노출이 문제가 되고 있어, 구내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 등 59개소를 대상으로 약물남용 예방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한국마약퇴치본부와 연계해 피해학생과 학부모 심리치료도 지원하겠다."
-전국 지자체 중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 규모가 가장 크다.
"2,233개소 7,243대의 CCTV가 설치돼 있고, 2026년까지 매년 50개소에 CCTV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설치된 CCTV 5개소에 인공지능(AI) 분석기술도 도입했다. 지난달 말 40대 여성이 납치ㆍ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CCTV에 포착돼 범인 추적이 가능했다. 올해도 첨단 기술을 활용해 주민 안전 확보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통해 첨단 기술업체와 협업해 안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청사 이전 후보지로 대치동 세텍(SETEC) 부지가 꼽힌다.
"현 청사는 1975년 준공된 건물로 낡고 좁다. 10년 전부터 청사 건립기금을 모으기 시작해 2,300억 원이 마련됐다. 그간 강남은 압구정동, 논현동 위주로 개발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서동, 세곡동, 개포동 등 양재천 이남 지역 개발이 필요하다. 세텍 부지에 청사가 생기면 이런 흐름에 맞춰 강남 발전의 새로운 축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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