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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노화 정복, 점점 솔깃해지는

입력
2023.04.28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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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레이 커즈와일이라는 미래학자가 있다. 평판 스캐너, 광학문자인식기 같은 제품을 발명하였고 신디사이저 같은 음악 기기도 개발한 컴퓨터 과학자다. 영창악기의 고문이기도 했고 구글의 임원이기도 한 엔지니어이지만 아마도 미래학자로서 더 유명할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그가 했던 150여 개의 예측 중 85%가 현실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045년이 되면 '기술적 특이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당초 그의 예측이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런 그가 기술적 특이점보다 더 빨리 도래할 것으로 예측한 일이 2030년에는 인류가 노화를 극복하는 기술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하루에 영양제 100알을 복용한다는 그가 노화에 관해 대충 예측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2030년이면 이제 겨우 7년 후인데 정말 가능한 일일지 의문도 든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 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동향을 보면 그리 허황된 예측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구글은 10년 전부터 '캘리코'(Calico) 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노화 연구를 해 오고 있으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작년 초 '알토스 랩스'(Altos Labs)라는 회사 설립을 위해 러시아 출신 억만장자 유리 밀너 등과 함께 4조 원 투자에 참여한 바 있다. 챗GPT로 유명해진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과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등도 노화 극복과 수명 연장 분야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거대 자본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최근 들어 노화 관련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수명에 대해서는 당연히 오래전부터 연구가 되어왔는데 가령 동물의 평생 호흡 횟수가 약 1경(조의 1만 배) 회로 제한되어 있어서 호흡 속도가 느린 생물은 수명이 길고 호흡 속도가 빠르면 수명이 짧다는 학설도 있으며, 평생 심장 박동 횟수가 약 15억 번으로 정해져 있어서 심장이 천천히 뛰는 생물일수록 수명이 길다는 학설도 있다.

노화를 지연시키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쉬운 방법으로 식이제한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잘 알려져 있다. 원숭이나 생쥐의 경우 식단의 열량을 줄이거나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되면 성인 질환과 두뇌 퇴행이 줄어들고 수명은 늘어난다는 보고가 적지 않다. 젊은 쥐의 혈액을 늙은 쥐에게 주입하면 늙은 쥐의 건강 상태가 젊어진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으며, 최근에는 젊은 쥐의 분변을 늙은 쥐가 섭취하게 되면 장내 미생물의 구성이 젊은 쥐와 유사해지면서 두뇌 및 신체 능력이 젊어진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젊은 쥐의 혈액 중 가장 유효한 성분이 GDF11이라는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단백질로 알려졌고 GDF11만 주입해도 유사한 효과를 보인다. 또한 시르투인(Sirtuin)이라는 단백질들이 있으며 포유류의 경우 SIRT1에서 SIRT7까지 7개 유전자에서 관련 단백질들이 만들어지는데, 이 단백질들이 노화와 수명에 관련성이 높음이 알려지고 있다. 수십 년간 당뇨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약물과 최근 건강 기능 식품으로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에는 항노화 기능이 학술적으로 재조명되어 새롭게 연구되고 있는 물질들도 있다.

진시황이 보낸 서복(徐福)이 제주도에서 불로초를 발견했다는 옛 전설을 넘어 대한민국 생명산업과 의학계도 불로장생 신약 개발에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환석 유전자 라이프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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