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내려놓은 지 4년 만에 미국 유권자들은 그를 다시 백악관으로 돌려보냈다. 미국 정치사에서 그만큼 논란을 유발하고 변화를 촉발한 인물은 드물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의 존재는 미국 정치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후, 우리는 다시금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미국 사회에 대해 생경함을 느낀다. 왜 이 부동산 거물, 리얼리티 TV 스타가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여전히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지를 다시 공부해야 하는 처지다.
철학자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은 역사가 특정 시대의 힘을 통해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그 힘은 시대의 모순과 긴장을 체현하며 변화를 일으키는 존재로, 개인이나 사회운동을 통해 나타난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를 단순히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아니라 헤겔이 말한 '역사적 힘'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를 '역사적 힘'(historical force)으로 묘사하는 게 그의 혼란스러운 대통령직에 과도한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틀을 통해 그의 영향력이 왜 지속되고, 미국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이해할 수 있다.
'문제 많은 트럼프'에 대중의 욕망이 자기장처럼 모이는 이유는 '문제 많은 미국 사회'의 모순을 솔직히 체현하기 때문이다. 그는 억만장자이면서도 서민의 영웅처럼 행세하고, 정치 아웃사이더이면서도 공화당의 지도자이며, 미국적 물질적 과잉을 상징하면서도 노동자 계층의 대변자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중성'에 많은 미국인은 자기의 속마음이 들킨 듯한 느낌을 받으며, 꿈과 불만이 동시에 자극된다. 이를 통해 미국의 인종, 계층, 정체성에 관한 갈등이 드러나고, 국가적 자각이 촉발됐다.
트럼프는 미국 정치 담론의 본질을 바꿨다. 그는 사회적 규범을 깨고, 기존 정치 관행을 무너뜨렸다. 그의 소셜미디어 활용은 전통적 미디어의 '게이트 키퍼'(gatekeeper) 기능을 우회하며 지지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새로운 정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만들어냈다. 종종 분열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정치인이 유권자와 소통하는 방식과 정보 유통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더욱이 그의 영향력은 핵심 지지층을 넘어 미국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비판자들조차 그에 대한 반대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정의하게 되면서, 트럼프의 문화적 중요성은 더 강화됐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정치를 특징 짓는 강한 양극화는 트럼프 현상에 대한 반응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러한 역학 관계는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트럼프가 여전히 미국 사회의 구심점이자 분열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를 헤겔적 힘으로 보는 것은 그의 행동이나 정책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역사적 변화의 촉매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직시하는 것이다. 역사 속 다른 변혁적 인물들처럼, 트럼프의 의의는 그의 행동뿐만 아니라, 그가 미국 사회의 광범위한 변화와 문화적 이동을 상징하고 가속화하는 데 있다.
결국 트럼프는 이미 '현실'이다. 그가 상징하는 '역사적 힘'을 미국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회의 근본적 긴장을 해결할 새로운 헤겔적 통합을 만들어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의 시험대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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