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5G 중간요금제 출시
알뜰폰업계, 0원 요금제 경쟁 치열
금융사도 알뜰폰 경쟁 뛰어들어
가격·월 데이터·부가서비스·인프라 등 따져야
대형 통신사 5세대(5G) 이동통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며 매달 10만 원가량 통신비를 지출하는 30대 직장인 A씨. 월급은 그대론데 물가는 치솟자 통신비 아끼기에 나섰다. 집 근처 통신사 대리점에서 확인한 그의 월 데이터 사용량은 15기가바이트(GB) 안팎. 주로 뉴스 검색과 유튜브 콘텐츠 보기,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이용, 업무에 필요한 핫스팟(스마트폰 데이터를 노트북 등에서 사용) 사용에 썼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대부분 무선인터넷망(와이파이)을 이용해 노트북으로 봤고 게임은 하루 20분 이내로 즐겼다.
그에겐 현재 사용 중인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무리 많이 써도 한 달에 15GB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 3사 5G 요금제와 LTE 알뜰폰 요금제 중 월 데이터 제공량 10~15GB를 중심으로 적절한 요금제를 찾아봤다.
통신 3사, 비싸지만 고객 서비스는 최강
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해당 데이터 구간에서 비슷한 가격의 5G 요금제를 내놓았다. ①SK텔레콤 '5G 슬림'은 월 5만5,000원에 데이터 11GB를 준다. ②KT '5G 슬림'과 ③LG유플러스 '5G 라이트 플러스' 역시 가격은 5만5,000원으로 똑같지만 데이터 제공량이 각각 10GB, 12GB로 차이가 있다.
A씨가 이 중 한 가지 요금제를 고르면 월 4만 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 단 통신 서비스와 함께 누리던 혜택도 따져봐야 한다. SK텔레콤은 요금제 가입 첫 달에는 음악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플로'와 OTT 서비스 '웨이브'를 100원에 쓸 수 있게 했다. KT는 다른 기기와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 10GB를 추가로 제공하고 LG유플러스는 70여 개 실시간 채널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볼 수 있는 U+모바일tv 상품을 무료 지급한다.
통신 3사 요금제는 알뜰폰 요금제에 비해 비싸지만 소비자가 많이 찾는 부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다. 또 서비스센터 운용, 고객불만 대응 등 고객을 상대하는 인프라는 스마트폰이 생활 필수품이 된 상황에서 무시할 수 없다.
쏟아지는 0원 요금제…"40만 원 더 아끼자"
알뜰폰 0원 요금제는 A씨를 가장 많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해당 상품들은 대부분 4세대(4G) 이동통신인 LTE 상품이고 판매 물량이 제한된 프로모션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0원 요금제가 뜨거운 관심을 받는 만큼 비슷한 상품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표적으로 ①세종텔레콤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 0원 요금제는 '무한 데이터 11G' 상품으로 7개월 동안 기본 데이터 11GB 데이터와 추가 데이터 150GB를 공짜로 쓸 수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외식 응용소프트웨어(앱) 무료 쿠폰도 다달이 5,000원씩 받는다. 상품 정상 가격은 2만8,600원이다.
②티플러스 'The 데이터마음껏 15G플러스'는 월 15GB 기본 데이터에 50GB를 추가 제공하는 0원 요금제다. 원래 가격은 3만3,000원으로, 7개월 사용료는 공짜다. ③모빙도 '데이터 15G 플러스'라는 상품을 내놨는데 월 15GB 데이터를 주면서 7개월 동안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정상 가격은 3만2,300원이다.
현재 월 10만 원 대 요금제를 내고 있는 A씨가 알뜰폰 0원 요금제를 선택한다면, 단순 계산으로 7개월간 약 70만 원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 비슷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통신 3사 요금제와 비교해도 약 40만 원가량을 추가로 아낄 수 있다. 가격만큼은 0원 요금제가 압도적 우위를 보유한 셈이다.
다만 알뜰폰 업체들의 고객 대응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다. ①0원 요금제를 판매한 업체들 대부분은 고객들로부터 걸려오는 문의 전화를 감당하지 못해 상담 센터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②장문 메시지 등 일부 서비스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③아직까진 이벤트가 열릴 때만 가입할 수 있는 요금제가 대부분이라 소비자가 당장 필요한 시기에 0원 요금제로 갈아타기엔 한계가 있다.
알뜰폰 시장에서 또 다른 메기 역할이 기대되는 것은 통신 3사가 내놓은 5G 중간요금제다. 지금까지 통신 3사는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중간요금제 통신망을 판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렴한 통신비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늘면서 알뜰폰 업체에서도 중간요금제를 쓸 수 있게 됐다.
첫 테이프는 LG유플러스가 끊었다. 지난달 12일 출시한 5G 중간요금제 4종을 회사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 열 곳에 이달부터 제공키로 했다. 회사가 내놓은 중간요금제는 6만3,000원에서 7만 원 사이인데, 알뜰폰 업체에선 4만~6만원 대 가격으로 똑같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통신사보다 2만 원가량 저렴한 요금제가 나온 셈이다. SK텔레콤과 KT 역시 최근 5G 중간요금제 수를 크게 늘린 만큼 알뜰폰 업체들에 해당 요금제 통신망을 팔 계획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저렴한 요금제에 대한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
은행 알뜰폰, 통신 3사와 중소알뜰폰 사이에
은행들이 내놓은 알뜰폰 요금제도 고려해볼 만했다. KB국민은행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은 4년 동안 시범사업을 마치고 지난달 정식 사업 승인을 받았다. 리브엠 가입자는 약 40만 명 수준으로 금융사들의 알뜰폰 시장 진입에 물꼬가 틔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브엠 '5G 든든 무제한' 요금제는 LG유플러스 5G 통신망을 사용하는데 월 12GB 데이터를 기본 제공하면서 가격은 3만4,900원이다. 같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LG유플러스 5G 요금제와 비교하면 2만 원 정도 저렴하다. 토스모바일은 월 데이터 15GB를 제공하는 LTE 알뜰폰 요금제를 3만5,800원에 내놨다.
A씨가 두 요금제로 갈아탈 경우, 한 달에 6만5,000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 은행 알뜰폰은 가격면에서 통신 3사와 비교해 저렴하다. 중소알뜰폰 업체들과 비교했을 땐 상담센터 등 고객 대응 인프라가 더 잘 갖춰져 있다. 토스모바일은 알뜰폰 업계 최초로 24시간 고객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단, 0원 알뜰폰과 토스모바일 요금제는 LTE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5G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A씨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월 최대 데이터 사용량 15GB를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요금제를 우선순위로 올렸다. 5G 대신 LTE를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판단을 해 LTE 요금제로 다시 후보군을 추렸고 즉시 가입할 수 있는 요금제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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