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유출 우려에 당국 "각별한 경계심"
금리인상 끝 시사... 약달러 지속 전망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폭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과도한 불안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4.75~5.00%에서 5.00~5.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된 가운데 미국이 재차 인상을 단행하면서 양국 금리 차는 기존 최대인 1.5%포인트를 넘어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과거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역전 폭이다.
우리로선 환율이 가장 걱정이다. 연초 1,200원대로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40원을 돌파하는 등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데도 원화가 맥을 추지 못하고 동반 약세를 보이는 등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금리 차 확대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본격화하면, 원화 가치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외환당국과 통화당국 역시 상황을 주시 중이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회의 참가자들은 “내외 금리차가 확대된 상황에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과 함께 시장 교란행위 및 쏠림 현상 등에 의한 변동성 확대 우려가상존한다”며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현 상황에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뜻을 모았다.
다만 당국도, 시장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우선 ①미국의 금리 인상과 1.75%포인트 금리 차 모두 예고됐던 결과로,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다고 본다. ②최근 환율 고공행진은 금리보다 무역수지 적자 지속에 따른 기초체력 약화와 기업 배당금 시즌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점도 지적된다. 전날 이창용 한은 총재도 CNBC 인터뷰에서 “4월에는 전통적으로 외국인 투자가에게 많은 양의 배당금을 지급해 원화 절하 압력이 있다”며 “이후 상황은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연준이 이번 금리정책결정문에서 ‘추가적 정책 긴축이 적절할 수 있음’ 문구를 삭제하는 등 ③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오히려 약달러 현상이 더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FOMC 결과를 소화하며 전일보다 15.4원 내린 1,322.8원에 장을 마쳤다. ‘4월 말 외환보유액’ 역시 달러화 약세로 기타통화 자산 환산액이 늘면서 4,266억8,000만 달러를 기록, 두 달 연속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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