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증권사들 귀책 사유 못 찾아
②세력도 손해, 돈 회수 힘들 듯
"투자 위험 한 번 더 고지했어야"
투자자들, 증권사 상대 소송 예고
'무더기 하한가' 사태 여파로 투자자 1인당 평균 수십억 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되지만 피해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투자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법무법인 대건에 피해 사례를 접수한 투자자는 2일까지 140명, 투자금액은 총 1,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손실액은 10억 원 이상으로 계산된다. 이날 키움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예고한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에도 피해 접수가 쏟아지고 있다.
피해 단위가 큰 것은 투자자들이 이용한 차액결제거래(CFD)가 '빚투(빚내서 투자)'이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종목이 우상향할 것이라고 베팅한 투자자가 있다면, 그는 최소한의 투자금(증거금) 1억 원만 내고 최대 차입금액인 1억5,000만 원을 증권사로부터 빌려 2억5,000만 원을 투자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신 주가가 폭락해 투자 원금(이 경우 1억 원)을 밑도는 6,000만 원(-76%)으로 떨어졌고 다음 날까지 4,000만 원을 채워 넣지 못한다면, 증권사는 해당 주식을 시장가보다 싼 값에 강제 청산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금 전액을 날린 데다, 증권사에 빌린 1억5,000만 원과 그 이자까지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증권사 "원칙대로 빌려준 돈 회수할 것"
증권사들이 투자자들로부터 빚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하한가 사태 후폭풍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현재 투자자들에게 빌려준 원금과 이자에 반대매매 수익금을 뺀 금액을 미수채권(투자자들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돈)으로 잡고 있다. 업계와 당국은 정확한 미수채권 규모를 함구 중이다. 다만 당국 관계자는 "미수 채권 규모가 증권사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준은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한가 종목들의 주가 부양 과정에서 투자 사기의 정황도 드러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원칙대로 미수채권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력이 CFD를 주가조작 통로로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①증권사가 고객의 거래에 대해 잘못을 행한 게 아니고 고객이 직접 투자를 해서 발생한 손실이기 때문에 빚 독촉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옵티머스펀드 불완전판매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전액 배상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금융당국이 증권사 책임을 묻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비교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이 투자위험, 수익률 등 핵심 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했다"며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라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도 현재까지의 정황으로는 증권사에 귀책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금융위원회도 일부 투자자의 '채권 추심 유예 및 이자 일시 면제' 요청에 대해 "개별 증권사와 투자자 간의 문제로 정부가 관여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②불법 투자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수는 있겠으나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희준 LKB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투자업체 대표 라덕연 씨도 수백억 원의 손실이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들의 법적 책임은 물을 수 있겠으나, 투자금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 "위험 고지해야"... 증권사에 손배소 예고
그러나 투자자들은 "비대면 거래라고 하더라고 CFD의 위험성을 감안하면 증권사들이 투자 의사를 개별적으로 확인했어야 한다"며 증권사들에 책임을 묻고 있다. 원앤파트너스 관계자는 "문자나 전화 확인조차 없는 거래 관행이 온당한 것인지, 증권사들이 고객 보호 의무에 소홀한 것은 아닌지 다투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태로 개인회생을 준비 중인 투자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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