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40일 이상 미뤄지고 있다. 그사이 한국전력공사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올해 1분기 5조2,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적자 보전을 위해 발행하는 회사채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0조 원 규모다. 한전채는 국내 회사채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다른 국내 기업들 자금마저 메말라가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자구책 마련은 속도가 나지 않는다. 한전은 억대 연봉자를 전체 15%까지 늘렸다. 또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와 여의도 남서울지역본부 등 고가 자산 매각은 아직도 검토 중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전이 독점하는 송전시설 부족이다. 송전 용량이 발전 용량을 따라가지 못해, 수도권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곳곳에서 ‘전력 공급 유예’ 조치가 벌어지고, 호남 경남 제주에서는 발전을 제한한다. 한전은 최근 이 문제를 2036년까지 해결한다며 56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호남~수도권 해저 전력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기에 전력망 통과 지역 주민 보상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주민 반발로 송전시설 건설이 곳곳에서 지연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실제 건설 기간이나 비용이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조차 힘들다.
비수도권 외딴곳에 대형 발전소를 짓고 대도시로 장거리 송전하는 기존 전력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는 한 한전의 방만 경영과 송전망 문제는 해결 불가능하다. 과거 한전의 장거리 송전 독점체제는 전력망 효율성을 높이는 요인이었지만, 이제는 걸림돌이 되어 가고 있다. 마침 정부도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 심의 중인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상반기 제정되면, 재생에너지 발전에 맞춰 전력 생산과 수요 지역 거리를 단축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종합대책을 연내 완성하려 한다.
한전도 이런 전력망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근본적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적자 감축을 위해 한전아트센터 같은 자산매각은 물론 분산에너지 시스템에 적합한 송전망 분사 등 과감한 개혁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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