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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11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 중 휴대전화로 장시간 체스 게임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 보고와 국회 부의장 투표가 있던 회의였다. “국회가 오락실이냐”는 비판에 권 의원은 입장문을 내 “부의장 선거 개표를 기다리며 게임을 시작했다. 반성한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딴짓’을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정도는 예사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주말 골프 약속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고, 홍문종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7년 인사청문회 도중 대놓고 잠을 자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됐다. ‘부동산 부자’인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는 새누리당 의원 시절이던 2015년 국정감사장에서 전월세와 신축 오피스텔 매물을 일일이 살펴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비단 우리나라 국회의원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벨기에에서 국회의원들이 회의에 집중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얼마나 많이 보는지 추적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보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미디어 전문가가 개발한 ‘플레미시 스크롤러’라는 프로그램인데 회의 영상을 통해 참석 정치인들이 스마트폰을 보는 비율을 퍼센트(%)로 보여줬다. 한 의원은 회의시간의 85.5%를 스마트폰을 보는 데 썼다. 외신들은 “정치인들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라고 평했다.
□민주당을 자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상임위와 청문회 중 코인 거래는 ‘역대급 딴짓’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15차례, 법사위 국정감사 도중 26차례, 심지어 이태원 참사 현안보고 중에도 7차례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수십억 원 코인 거래(본인은 몇천 원이라 하지만)에 정신이 팔려 있는데 의정활동에 집중이 될 리 없다. ‘이모(某)-이모’ 실언이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김 의원은 의원직 사퇴에 선을 긋고, 민주당은 제명 추진을 주저한다. 직원이 주요 회의 도중 주식이나 코인 거래를 일삼았다면 민간기업도 이렇게 관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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