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CULMEN) 몰아보니
KG모빌리티로 사명 바꾼 뒤 두 번째 신차
강인한 외관에 감성·편의사양 더한 실내
민들레 꽃씨가 눈발처럼 흩날리는 5월이었다. 강원도의 낮 최고기온은 27도. 바람도 적당했다. 10일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CULMEN)을 몰고 산골짜기로 향했다. 양구군 오천터널을 빠져나와 우회전하자 뿌옇게 흙먼지가 일며 비포장도로가 펼쳐졌다. KG모빌리티가 정통 픽업 모델의 성능을 자랑하기 위해 고른 코스는 화천군 평화의 댐에서 인근 산 중턱(옛 전두환 전망대)까지 오르는 왕복 16㎞ 구간이었다.
산길은 좁았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날 만했다. 양쪽으론 숲이 우거졌다. 왼쪽엔 낭떠러지를 막아둔 철조망이, 오른쪽엔 타이어보다 큰 낙석들이 가뜩이나 공간이 부족한 길을 비집고 들어왔다. 이 길은 평소 일반인의 진입이 통제된다. 휴대폰 안테나조차 잘 잡히지 않았다. 길목 펼침막엔 '천연기념물 217호로 지정된 산양의 주요 서식지'라 써 있었다.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숲길이었다.
비포장 산길도 힘 있게
쿨멘은 KG모빌리티가 이달 초 출시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쌍용차에서 회사 이름을 바꾼 뒤 토레스의 라인업 확장 모델 토레스TX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신차다. '산의 최고봉' 또는 '전성기'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쿨멘이라는 모델명에는 그동안 절치부심한 이 회사가 35년 동안 정체성을 만든 픽업 차량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다시 일어서겠다는 야심이 담겼다.
언덕을 힘 있게 오를 수 있도록 사륜 저속모드(4WD LOW)로 기어를 바꿨다. 울퉁불퉁한 산 능선 지형이 낯설다는 듯 블랙박스가 연신 "삐빅" 하고 충격감지음을 냈다. 아무렇게나 파인 흙길은 네 바퀴가 모두 땅에 닿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연신 쿵 소리를 내며 차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터에 '덩기덕 쿵 덕 쿵기덕 쿵 덕' 하는 장단이 절로 나왔다.
쉽지 않은 운행이지만 도리어 이런 험한 길은 렉스턴의 진가를 느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어느 한쪽 바퀴가 빠지거나 들렸을 때 해당 바퀴를 순간 잠그고 다른 쪽 땅에 닿아 있는 바퀴가 힘을 내게 하는 차동기어잠금장치(LD)의 성능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다. 이날 오프로드를 주행하기 위해 18인치 전천후(AT) 타이어를 장착했다.
늪지대 건너온 듯 오묘한 모랫빛
성능뿐 아니라 겉모습도 시선을 끌었다. 마치 늪지대를 지나던 픽업 차량이 지붕까지 머드에 잠겼다 나온 듯 오묘한 빛깔이었다. 주변에서도 탄성을 터뜨리며 "이 색을 어떻게 표현하지?" 서로 물었다. 이날 시승한 샌드스톤베이지 색상은 흙먼지를 한껏 뒤집어 쓴 뒤에도 자연과 어우러져 거친 멋이 느껴졌다. 차량 전면부 옥타곤 라디에이터그릴의 굵은 선이 강인한 인상을 줬다. 적재량은 렉스턴 스포츠 쿨멘은 400㎏, 이보다 상위 트림인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은 파워 리프 서스펜션 적용 시 최대 700㎏이다.
이 부분변경 모델은 실내 디자인에도 변화를 줬다. 엠비언트 무드램프를 운전자 취향에 따라 32개 색상으로 연출할 수 있다. 12.3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도 달아 내비게이션 등 여러 기능을 스마트폰처럼 쉽게 조작할 수 있다. 휴대폰 무선 충전기도 쓸 수 있다. 무엇보다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앉았을 때 실내 공간이 넓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차량은 파트타임 사륜구동이다. 평소엔 이륜구동 방식인데 노면 상태에 따라 운전자가 방식을 바꿀 수 있다. 변동레버를 중립(N)에 놓고 동그란 모양의 물리버튼을 돌리면 된다. 구덩이에 빠졌거나 조난당한 다른 차를 견인할 땐 사륜 저속모드(4L)로 바꾸면 효과적이다. 다만 N에 맞추고 구동 방식을 바꾸는 동안 7~10초가 걸리기 때문에 여유를 가져야 한다. 가격은 프레스티지 3,709만 원, 노블레스 4,046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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