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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적정 연령은 73세"

입력
2023.05.20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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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한민국의 고령인구가 900만 명을 넘어섰다. 작년 발표된 통계청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7.5%, 국제연합이 정의한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고령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3만1841건으로, 2017년(2만6713건) 대비 19.2% 증가하였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에서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고령자 면허 반납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우리 사회는 고령자 운전 및 관련 제도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4월 7일~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고령자 운전 및 면허 반납 제도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개인마다 노화 속도나 방식은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고령자는 ‘운전 적신호’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고령운전자에 대한 인식을 살폈다. 대다수는 나이듦에 따라 운전 능력이 감소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응답자 10명 중 8명(82%)이 ‘운전자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운전 수행 능력이 저하된다’고 응답했다. 또한 ‘고령운전자가 운전경력이 많아 안전수칙과 교통법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35%), ‘젊은 운전자에 비해 안전지향적으로 운전한다’(39%)는 인식보다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주행 시 일어나는 각종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82%)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다만 ‘고령운전자라도 개인마다 노화의 속도나 방식이 다를 수 있다’(81%)는 점 역시 응답자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었다.

실제로 고령운전자로부터 사고불안이나 위험을 느낀 적이 있다는 사람도 20%를 상회했다. 보행자로 통행 중 고령운전자로부터 사고 불안이나 위험을 느낀 경우는 전체의 24%, 운전 시 다른 고령운전자로부터 느낀 경우는 전체의 27%, 승객으로 탄 버스나 택시의 고령 운전기사로부터 느낀 비율은 25%였다.


국민 10명 중 7명, '기준 나이가 되면 면허를 반납하겠다’

이런 우려 속에서 정부도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고령자 면허 반납 제도’에 대한 인지도 조사 결과, 10명 중 8명(89%) 이상이 제도를 잘 알고 있거나, 최소한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잘 알고 있다 51%, 이름은 들어본 적 있다 38%). 제도 인지도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증가했으며, 특히 제도의 대상자인 만 65세 이상 응답자 중에서는 64%가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제도에 동참하겠다는 비율도 높았다. 이미 ‘면허 반납 대상 나이가 되어 면허를 반납했다’는 응답(1%)을 포함해 ‘향후 기준 나이가 되면 반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73%로 고령자 면허 반납 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연령별로는 50대에서 높은 반납 의향을 보였다. 면허 반납 대상인 만 65세 이상에서도 반납하겠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55%)이었다.

고령자 관련 제도에서 ‘기준 연령’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 최소 연령은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만 65~75세 사이로 규정하고 있다. 조사 결과, ‘면허를 반납하기에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연령’은 평균 만 73세였다. 부산광역시 반납 기준인 만 65세 이상, 서울특별시 기준인 만 70세 이상과 비교하면 조금 높은 수준이다.



주관적 건강 인식이 반납 여부에 영향, 지역별 교통 인프라 고려도 필요해

면허를 반납하려는 이유

면허를 반납하려는 이유


고령자 면허 반납 제도를 통해 면허를 반납했거나 향후 반납 의향이 있는 응답자들은 ‘스스로 사고를 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62%) 반납했다(하겠다)고 답했다. ‘고령, 질병 등으로 운전하기 힘들거나 힘들 것 같아서’(59%)라는 응답도 높았다.

면허를 반납하지 않았거나 반납 의향이 없는 응답자들은 주된 이유로 ‘운전하는 데에 건강상 문제가 없거나 없을 것 같아서’(52%)를 꼽아 주관적인 건강 인식이 면허 반납 여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읍면지역 거주자의 경우 ‘자가용 외에 마땅히 이용할 만한 다른 이동수단이 없다’(66%)도 높았다.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는 운전면허를 반납한다면 이동할 마땅한 대안이 없기에 면허 반납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현 적성검사 운전적합성 판별하지 못한다 41%

현 적성검사가 운전적합성 판별하나

현 적성검사가 운전적합성 판별하나

고령자 면허 반납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 면허 반납률은 대상자의 2%대로 저조하고, 고령자 스스로 운전 능력을 진단하여 반납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면허 갱신 시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고령자 대상 적성검사가 보완책이 되고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적성검사 제도 역시 ‘고령자의 운전적합성을 가려내지 못한다’(41%)는 의견이 ‘운전적합성을 가려낼 수 있다’(29%)는 응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현재 실시하는 시력 및 신체 동작 기능, 자가 치매선별검사로는 운전면허 유지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존 적성검사에서 강화하거나 도입해야 할 부분으로 ‘인지능력 검사’(65%) ‘주의력 검사’(55%) ‘실제 도로 주행 검사’(42%) 등을 꼽았다. 검사 주기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과반이 검사 주기를 ‘단축해 검사 횟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57%)고 응답했다. 정책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적성검사의 내용과 주기 등 보완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제한적인 운전 허용, 긍정 의견 높아

정부는 올해 3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카드로 ‘조건부 면허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령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하고 그에 따른 조건을 부여해 제한적으로 운전을 허용하게 한다는 것이 제도의 골자다.

조건부 면허 제도의 조건별 수용 정도에 대해 파악한 결과 일단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주요 제한 조건인 △첨단안전장치 부착(81%) △야간운전 금지(67%) △최고 속도 제한(61%)에 대해 동의했고 무엇보다 만 65세 이상에서도 과반이 찬성했다. 다만 △고속도로 운전 금지(43%) 조건에 동의하는 응답은 비교적 낮았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국민 대다수는 고령자 운전에 대한 불안을 체감하고 있으며 나아가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제도에 대한 인지도와 수용 의향도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고령운전자에 대한 대책이 긴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 제도 상 운전 능력 평가는 여전히 개인의 주관적 판단 아래 자진 반납하거나 자가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실효성이 낮다. 운전 능력에 따라 고령자에게는 운전 허용 범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는 만큼 보다 객관적인 운전 능력 판별이 담보되어야 한다. 연령을 잣대로 고령자에게 일률적인 제한을 둘 수는 없다. 고령자라도 개개인의 운전적합성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능력에 따른 대처가 필요한 때이다.

김지은 한국리서치 책임연구원
기민지 한국리서치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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