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n차 예약 실패 5트 만에 성공"...세상 단 하나 뿐인 티셔츠를 만났다

입력
2023.06.07 14:00
14면
0 0

나이키 바이유서 '티셔츠 커스텀' 체험해보니
아디다스도 서울 명동 매장 '서울랩'서 서비스 시작

서울 중구 명동의 나이키 서울 매장 '나이키 바이 유'에서 커스텀한 티셔츠. 프린팅과 자수 패치를 직접 골라 티셔츠를 꾸몄다. 양윤선 인턴기자

서울 중구 명동의 나이키 서울 매장 '나이키 바이 유'에서 커스텀한 티셔츠. 프린팅과 자수 패치를 직접 골라 티셔츠를 꾸몄다. 양윤선 인턴기자


'잇츠 아워 타임(It's our time) 우린 달라 특별한 게 좋아. 우리만의 자유로운 나인틴스 키치(nineteen's kitsch). 지금까지 한 적 없는 커스텀 핏(custom fit).'

그룹 아이브 '키치' 후렴구


최근 그룹 아이브가 발매한 정규 앨범 타이틀곡 '키치(Kitsch)' 후렴구에 '커스텀(custom)'이 등장했다. 남들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10대만의 자유분방함을 커스텀 문화로 표현한 것. 이 노래는 발매와 동시에 국내 음원 차트에서 '퍼펙트 올킬'을 달성했다.

한때 마이너 문화로 여겨졌던 커스텀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그들의 성향이 커스텀 문화를 세상 밖으로 이끈 것이다.

세계적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는 일찌감치 커스텀 문화가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아챘다.

나이키는 ①'나이키 바이 유'와 ②'풋웨어 메이커스 스튜디오' 두 가지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서울의 나이키 강남·서울·압구정·타임스퀘어와 나이키 스타일 홍대 지점에 있는 나이키 바이 유에서는 티셔츠, 에코백, 모자 등을 자유롭게 커스텀할 수 있다. 전문 커스텀 기술 분야로 발을 넓힌 2020년에는 나이키 압구정에 풋웨어 메이커스 스튜디오를 열었다. 드로잉, 스프레이를 비롯한 다양한 기법으로 나만의 신발을 만들 수 있다.

커스텀의 매력을 체험하기 위해 5일 서울 중구 명동의 나이키 서울 '나이키 바이 유' 서비스 현장을 찾았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티셔츠 제작기

서울 중구 명동의 나이키 서울 매장 1층 중앙에 마련된 '나이키 바이 유' 서비스 공간. 커스텀 체험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양윤선 인턴기자

서울 중구 명동의 나이키 서울 매장 1층 중앙에 마련된 '나이키 바이 유' 서비스 공간. 커스텀 체험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양윤선 인턴기자


나이키 서울 매장에는 한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고객이 함께했다. 그중 1층 중앙 기둥을 빙 돌아 이어진 행렬이 눈에 띄었다. 'NBY 대기줄'이라는 안내판. 별도 예약 없는 현장 대기 시스템이라 모두 자신의 커스텀 순서를 기다리는 고객이었다.



STEP ① 고르기

커스텀할 흰 반팔 티셔츠. 양윤선 인턴기자

커스텀할 흰 반팔 티셔츠. 양윤선 인턴기자


차례가 되면 먼저 반팔 티셔츠, 맨투맨, 모자, 신발 중 커스텀할 제품을 고른다. 각 제품은 정가에 판매한다. 기자는 3만 5,000 원짜리 하얀색 반팔 티셔츠를 골랐다.



STEP ② 디자인하기

티셔츠에 붙일 자수 패치 디자인을 선택하고 위치를 잡아 테이프로 고정했다. 양윤선 인턴기자

티셔츠에 붙일 자수 패치 디자인을 선택하고 위치를 잡아 테이프로 고정했다. 양윤선 인턴기자


티셔츠 커스텀은 '프린팅'과 '자수 패치 부착' 두 가지가 있다. 수십 가지 디자인 샘플을 뒤적이며 고민하다 스케이트 보드를 탄 곰 삼형제 프린팅을 골랐다. 이 매장에만 있는 '레어 아이템(희귀한 물건)' 서울 택시 번호판 모양의 자수 패치도 추가했다. 막상 옷을 입으면 생각했던 위치와 다를 수 있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현장서 만난 일본인 고객들도 연신 거울 앞에서 티셔츠를 대보며 패치 위치를 고민했다. 프린팅·자수 패치는 개당 3,000원~1만 원이다.



STEP ③ 제작하기

디자인 단계에서 고른 곰 삼형제 도안이 티셔츠 중앙에 프린팅되고 있다. 기계 작업은 직원이 담당한다. 양윤선 인턴기자

디자인 단계에서 고른 곰 삼형제 도안이 티셔츠 중앙에 프린팅되고 있다. 기계 작업은 직원이 담당한다. 양윤선 인턴기자


마지막 기계 작업은 직원의 몫이다.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티셔츠에 약품 처리 후 프린팅·부착·건조 작업을 이어간다. 15분만 기다리면 세상에 하나뿐인 티셔츠 완성이다. 커스텀에 걸리는 시간은 고객마다 천차만별. 짧게는 20~30분, 길게는 2시간 이상 걸린다. 로고 위아래를 뒤바꿔 붙인 디자인, 패치로 옷 전체를 채운 맥시멀리스트 디자인, 이니셜을 새긴 '자기애 충만' 디자인까지. 완성된 옷마다 고객의 개성이 듬뿍 담겼다.



"5트 만에 예약 성공"… 커스텀에 열광하는 20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나이키 압구정 '풋웨어 메이커스 스튜디오'에서 고객이 커스텀한 나이키 에어포스. 나이키 압구정 카카오톡 채널 캡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나이키 압구정 '풋웨어 메이커스 스튜디오'에서 고객이 커스텀한 나이키 에어포스. 나이키 압구정 카카오톡 채널 캡처


나이키 압구정은 풋웨어 메이커스 스튜디오가 있다. 드로잉, 스프레이 방식으로 나이키 에어포스를 꾸밀 수 있다. "5트(5번째 시도) 만에 예약 성공했다"는 후기가 올라올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는 기존 선착순 예약 방식을 추첨(드로우) 응모로 바꿨다. 에어포스 신발은 정가 13만9,000 원에 살 수 있고 기본 커스텀 비용은 무료다. 스티커, 비즈 등 재료를 선택할 경우 2,000 원~1만5,000 원이 추가된다.

나이키 커스텀 서비스 흥행 주역은 MZ세대다. 특히 2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나이키코리아 측은 "희소성을 중시해 나만의 제품을 원하는 것이 MZ세대의 특징"이라며 "커스텀을 자기표현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나씨가 커스텀한 휴대폰 케이스 도안과 실물 케이스. 신한나씨 제공

신한나씨가 커스텀한 휴대폰 케이스 도안과 실물 케이스. 신한나씨 제공


테니스가 취미인 최준호(23)씨는 지난해 여름 세상에 하나뿐인 테니스 라켓을 만들었다. 커스텀 업체를 통해 파란색 라켓에 흰 글씨로 영어 이름을 새겼다. "남들과 똑같은 건 재미없다"는 최씨는 "커스텀으로 차별성을 얻을 뿐 아니라 내 물건에 애착도 커진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한나(23)씨는 평소 좋아하던 색감의 열대어 사진을 편집해 커스텀 휴대폰 케이스를 제작했다. 신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향이 크다"며 "수많은 사람이 SNS에 일상을 공유하다 보니 무의식 중에 나를 차별화할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디다스도 커스터마이징 시작..명동·강남·홍대로 확대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아디다스 브랜드 플래그십 서울(BFS Seoul ž Adidas Brand Flagship Seoul)에 지난달 문을 연 커스터마이징 존 '서울랩'의 모습. 아디다스코리아 제공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아디다스 브랜드 플래그십 서울(BFS Seoul ž Adidas Brand Flagship Seoul)에 지난달 문을 연 커스터마이징 존 '서울랩'의 모습. 아디다스코리아 제공


아디다스도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1월 아디다스가 서울 중구 명동에 문을 연 '아디다스 브랜드 플래그십 서울'에서는 지난달 9일 커스터마이징 존 '서울랩(Seoul Lab)'에서 티셔츠, 신발에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1일부터는 강남 브랜드센터, 홍대 브랜드센터까지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위해 패치 전사지, 디지털 프린팅 등 다양한 종류의 와펜(옷이나 모자 등에 붙이는 장식)을 갖춰 판매 중이다. 아디다스코리아 측은 "고객이 구매한 와펜을 의류 제품 내 원하는 위치에 달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며 매 시즌 로컬 아티스트와 개발한 새로운 디자인을 선사하며 새로운 재미를 더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스텀, '반짝 유행' 아닌 '산업 발전의 흐름'

서울 중구 명동의 나이키 서울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커스텀하고 있다. 양윤선 인턴기자

서울 중구 명동의 나이키 서울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커스텀하고 있다. 양윤선 인턴기자


커스텀이 머잖아 사라질 반짝 유행은 아닐까. 나이키코리아의 생각은 다르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는 나이키코리아는 "커스텀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물건을 구매해 소유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MZ세대는 소비의 개념을 사용성 측면에서 이해한다"며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제품 가치를 높이고 그 과정을 체험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에서는 표준화됐던 산업이 맞춤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일반적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양윤선 인턴기자
박소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