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마약으로 병들고 있다. 마약청정국이란 이름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다. 최근 연이은 마약 범죄 뉴스에 씁쓸한 마음이 크다. 유명 연예인부터 길거리의 일반 소시민까지 마약 범죄에 연루되는 모습에 마약은 더 이상 영화의 범죄 소재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특히 범죄조직이 강남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무료 시음회'를 빙자해 미성년자에게 마약 음료를 유포한 사건은 큰 충격이었다. 이때 일부 학생은 마약 음료를 마셨고, 환각 등의 증상을 겪기도 했다. 우리나라 마약 단속 프로세스에 얼마나 큰 구멍이 뚫려 있는지 걱정이 될 만큼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준 메시지는 강렬했다.
2012년 단속된 마약류 범죄는 9,255건이었는데 2021년에는 1만6,153건으로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사이 마약청정국 판단의 지표로 활용되는 '마약류 범죄계수 20'은 2021년 31.2점을 기록해 관리 가능 수준인 20점을 훌쩍 넘어버렸다. 마약청정국이던 우리나라는 급증하는 마약 수요와 주변국에 비해 가벼운 처벌로 마약 유통업자들에게 어느새 '기회의 땅'이 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근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 땅에서의 마약 퇴출에 고삐를 당겼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강력한 처벌'을 통해 마약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러나 꼭 간과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처벌'과 함께 병행되어야 할 '치료·재활 프로세스'의 확립이다.
아무리 많은 마약범죄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그들은 언젠가 우리 사회로 다시 복귀한다. 따라서 치료·재활의 결여는 이들의 높은 재범률을 부를 수 있다. 강한 처벌에만 몰두한 채 치료·재활을 등한시하면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치료·재활은 물론 그에 필요한 인력양성까지 무신경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전문가를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나 국가기관은 전무할 정도이며, 그로 인해 일부 기관에 이와 관련해 과중한 책임과 업무가 돌아가고 있다. 참고로 2020년 마약류 사범 1만 8,050명 중 단 13명만이 수감과 치료가 병행되는 치료감호 처분을 받은 사실만 보더라도 상황의 심각성은 막중하다.
마약청정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우리의 여정은 시작됐다. 마약류 사범을 많이 잡는 것도, 강하게 처벌하는 것도 좋지만 응당한 법의 심판을 받은 이들이 우리 사회에 다시금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든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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