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김남국 막겠다지만 코인 자체 문제
육성할 가치 있나 따져보는 계기 돼야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남국 방지법’이 통과됐다. 공직자 등록재산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공직자윤리법과 국회법 개정이다. 코인 거래소협의체(DAXA)는 의심거래보고(STR) 기준을 통합해 “제2의 김남국 사례를 막겠다”고 했다. 김 의원 자금출처와 현금화에 초점을 맞춘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해충돌이나 뒷돈 없는 투명한 코인 투자가 '제2의 김남국 없는 정의로운 세상'일까.
□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김남국 사태로 시장이 위축됐지만 750만 명의 코인 개미를 위한 공정하고 안전한 투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 것을 보면 코인은 죄가 없다는 말 같다. 하지만 한국일보가 최근 2년 코인 사기 판결문 180건을 분석한 결과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가치가 인정된 코인은 2건뿐이었다. 다수 코인은 미래 기술과 무관하게 만들어지고, 그럴듯한 사업을 표방해 상장되며, 가격 조작으로 시세가 뛴다. 위믹스는 유통량을 속여 상장 폐지됐지만 2개월만에 재상장됐다. 다단계 코인조차 당당하다. 이 거대한 사기판은 코인 발행·상장·공시 등을 들여다보는 규제가 사실상 없어서, 정확히는 있는 규제(자본시장법)를 적용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 그러니 정치인 잘못은 투자에만 있지 않다. 비트코인이 급등한 2018년 1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가상자산 거래 금지 특별법 추진을 밝혔을 때, 코인 활황 2021년 4월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이 투자자 보호 불가를 말했을 때, 당정은 투자자 반발을 무마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윤석열·이재명 후보는 나란히 가상자산 육성 공약을 발표했다. 위믹스 발행사 위메이드가 윤창현·허은아 의원실(각 3회), 양정숙 의원실(2회) 등 여야 정무위 소속 의원 8명을 14차례 방문한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이후 빠르게 연구윤리제도가 정립되는 것을 보고 학자들은 “황 박사가 큰일 했다”고 역설적으로 말했다. 분노가 김 의원의 위선에만 향하지 않기를, 제도 개선의 끝이 코인 육성 입법이 아니길 바란다. 김남국 사태의 교훈은 코인이 육성할 가치가 있는지 반문해 보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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