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존 람보(실베스터 스탤론)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다. 특수부대에서 복무했던 그는 전우를 만나러 미국 산골 마을을 찾았다가 곤란한 상황을 맞는다. 지역 보안관은 람보를 적대적으로 대하고,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던 람보는 공격적 성향을 드러낸다. 그는 결국 여러 경찰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영화 ‘람보’(1982)는 베트남전 패배의 원인이 군인들 자체가 아닌 미국 내 관료제와 정치인들의 문제라고 암시한다.
□ 람보는 ‘람보2’(1985)에서 액션 영웅으로 변신한다. 근육이 더 도드라진 그는 베트남에 침투해 미군 포로를 구출해 내는 임무를 수행한다. 람보는 적들을 화끈하고도 후련하게 제거하는 모습을 선보여 전편보다 더 많은 관객을 이끌어냈다. 베트남전 패배와 경제 불황을 겪은 미국인들이 람보의 활약상에 열광할 만했다. 당시 ‘다시 위대한 미국’을 외쳤던 로널드 레이건(1911~2004) 정부의 행보가 반영된 면도 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코만도’(1985)가 흥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 한국 영화 ‘범죄도시3’가 극장가를 점령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해 5일까지 521만 명을 모아 ‘범죄도시2’(2022)에 이어 1,000만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광역수사대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마약 조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활극이 관객에게 청량감을 안긴다. 마석도는 오직 주먹만으로 악당들을 제압하는데, 그는 슈퍼히어로 같은 엄청난 힘을 보여준다. 1, 2편보다 마석도의 활약상을 더 강조하며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했다.
□ 이야기 전개가 단순하고 액션의 사실성이 떨어진다는 악평이 따르나 관객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코로나19라는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온 후 맞이한 것은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또 다른 역경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의 자녀 특혜 채용 비리,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 의혹 등을 보며 마음이 더 답답해졌을 만하다. 법이나 말보다 주먹을 앞세우며 정의를 구현하는 마석도에 대한 열광이 극장 밖 현실과 무관하다 할 수 있을까. ‘범죄도시3’의 흥행은 씁쓸한 뒷맛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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