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제주서 이틀 연속으로 대규모 집회
"누가 우리 수산물 먹겠나" 생존 위협 호소
"피해 확산 우려에도 정부 대책 없어" 불만
"국민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핵오염수를 마시겠다고 발언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13일 오후 제주 노형동 일본총영사관 앞. 3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참석자들은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제주범도민대회'에서 분노를 쏟아냈다. ‘저지! 핵오염수 해양투기’, ‘사수! 국민생명권’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든 참석자들은 특히 정부 대응을 문제 삼았다. 참석자들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총리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완전히 과학적으로 처리된 것이라면, 세계보건기구 음용 기준에 맞다면 마실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 · 전남 어민들 불만 고조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전국에서 어민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받아들이는 어민들은 일본 정부에 치우친 듯한 정치권 인사들 발언과 괴담 단속에 초점이 맞춰진 정부 대응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제주도에서 열린 범도민대회에는 제주도 해녀협회와 어촌계장협의회를 비롯해 도내 농어민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국제적 범죄행위나 다름없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결사 반대한다"며 "일본 정부는 해양투기를 포기하고 자국 내에 보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드럼통에 욱일기가 그려진 현수막을 찢어 넣은 뒤, 해녀들 어구인 테왁과 함께 불태웠다. 이들은 또 일본총영사관 정문 앞에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항의문'을 붙이고, 항의 서한을 정문 밑으로 밀어 넣었다. 이날 오전에는 서귀포 성산포항과 안덕면 안덕계곡에서 차량 시위도 벌였다. 김덕문 제주도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핵오염수를 방류하면 청정 이미지로 먹고살았던 제주의 미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누가 제주의 수산물과 농산물을 먹고, 제주 바다를 즐기기 위한 찾겠느냐”고 되물었다.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도 전국어민회총연맹 회원 등 2,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어민 생존권 결의대회’가 열렸다.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은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전남에서 잡히는 어족 자원 생산량이 전체의 55%를 차지한다"며 "과학적으로 오염수가 5년이나 10년 뒤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어민과 상관없다. 당장의 생존을 위협받기 때문에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8일부터 이틀간 충남 보령에서 열린 수산업경영인대회에 참석한 박상우 충남 보령근해안강망협회장은 "오염수 방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달 김태흠 충남지사가 보령을 방문했을 때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낚시와 숙박업 등으로 피해 확산 가능성
어민들 반발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광주·전남 공동행동'은 23일 광주광역시에서 토론회를 열고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같은 날 울산 공동행동도 울산시청에서 2차 집회를 예고했다. 안승찬 울산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오염수 방류로 당장 심각한 피해를 보는 곳은 어업과 어민,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인과 식당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피해는 여러 부문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며 "피해 범위가 확산될수록 반대 움직임도 더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남의 한 어업인 단체 관계자도 "오염수 문제는 비단 어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낚시나 펜션 등 관광업 종사자들에게 피해가 확산될 수 있지만 정부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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