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정당 현수막 게시를 제한하는 인천시 옥외광고물 조례를 무효로 해달라며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조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상위법인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이 먼저라는 이유에서다. 정당 현수막을 허가나 신고 없이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게 해 ‘현수막 공해’를 야기한 이 법이 결국 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까지 낳은 형국이다.
인천에선 지난 2월 킥보드를 타던 대학생이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정당 현수막이 시민 안전까지 위협한다는 민원이 빗발치자 시는 정당 현수막 게시 장소와 개수를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어 8일 공포했다. 상위법 저촉 소지를 알지만 정부 조치를 기다리기엔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천시 입장이 십분 이해가 간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이 법 시행 전 3개월간 6,415건에서 시행 후 3개월간 1만4,197건으로 2.2배나 늘었다. 볼썽사나운 원색적 비방이나 일방적 치적 홍보로 뒤덮여 시민들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으니 그럴 만하다. 지하철역과 횡단보도 근처, 아파트 단지 입구, 심지어 학교 앞에까지 무분별하게 난립한 정당 현수막들은 통상적인 정당활동 보장이라는 법 취지를 한참 벗어났다. 급기야 제주에선 4·3을 폄훼하는 현수막을 지자체가 강제 철거하자 이를 게시한 정당이 지자체장을 고소하는 일까지 생겼다.
행안부가 지난달부터 현수막 설치 장소와 높이를 제한하고 어기면 강제 철거토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내용은 규제할 방법조차 마땅치 않다. 여야가 함께 현수막 게시를 자제하고 법을 서둘러 재정비하는 게 최선이다. 국회엔 정당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한 옥외광고물법 재개정안이 이미 6건 발의돼 있다. 국민들은 허가받은 현수막을 지정된 곳에만 거는데, 정치인은 왜 ‘현수막 특권’까지 누리냐는 비판을 여야는 새겨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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