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법원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현대차 노조원 배상 판결 관련) 판결 취지가 오해되도록 하는 주장과 특정 법관 인신공격성 비난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사법권 독립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이 판결 반응에 대한 입장문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조원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개별 조합원 책임 제한 정도는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 기여 정도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취지에 일부 부합하는 이 판결을 두고, 여권을 중심으로 선을 넘는 공격들이 나왔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주심 대법관을 향해 “법관 자격이 없다”고 했고,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좌파세력에 보은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하급심 법원이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고 모욕했다. 20일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6단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노조친화적 판결이 많았다”고 비난했다.
사법부 판결이라도 비판의 성역이 아니며, 이견에 대해 토론의 장이 열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인신공격이나 판결 내역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잘못된 주장까지 용납할 일은 아니다. 대법원은 연대책임 원칙을 파괴했다는 반발에 대해 “기업의 입증책임은 기존과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공동 배상책임 원칙은 유지하고 책임의 비율만 노조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제단체들은 예외적 판례를 쟁위행위에 적용했다고 비판했지만, 그 예외적 판례는 회사대표와 다른 이사들 사이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다르게 인정한 판례였다. 경영진의 공동불법은 개별적으로 따져도 되고, 노동자들의 공동불법은 개별적으로 따지지 말고 뭉뚱그려야 한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당한 비판과 모욕을 동반한 흔들기는 다르다. 이로 인해 사법부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악영향을 받으면 그 대가는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