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비수기에 오염수 불안 심리 겹쳐
수산시장 인적 뜸해, 유명 맛집도 한산
"정부, 오염수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단골손님이 오염수 때문에 당분간 못 오겠다고 하네요.”
21일 저녁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횟집 직원은 연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사실 우리 입장에선 6~8월 여름철이 비수기이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된 적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국내 수산물에 대한 불안 심리가 급격히 퍼지고 있다. 이런 이상 기류는 고스란히 수산시장 상인들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이날 둘러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밝은 표정을 짓는 상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20여 개가 늘어선 복도에선 “어떤 생선을 찾느냐” “국내산 활어를 싸게 주겠다” 등 몇 안 되는 손님을 잡기 위한 호객 행위가 한창이었다. 상인 이모씨는 “일본산 원산지 표시를 보면서 안전 여부를 묻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며 “방류가 시작되면 최소 반년간은 타격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 시간이면 단체회식 손님으로 북적일 2층 식당가도 비어 있는 테이블이 많았다. 맛집으로 유명해 평소 포장 고객이 늘 길게 줄을 서는 ‘○○상회’ 앞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가 더 낫다는 호소도 나왔다.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시장에서 고등어 등을 파는 정모(65)씨는 “감염병 대유행 시기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반찬거리라도 사갔는데, 요즘엔 종일 인적이 드물다”며 “40년 장사를 했지만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허탈해했다.
오염수 문제를 정쟁 도구로 삼는 정치권과 ‘괴담’으로 포장된 불분명한 정보를 경계하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날 노량진 수산시장 앞에는 ‘근거 없는 허위ㆍ과장 정보로 국민 불안을 야기하지 말라’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다. 한 상인은 “시민 불안을 해소하는 건 상인 몫이 아니라 정부 역할”이라면서 “정부는 모든 정보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오염수 문제로 수산시장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고착화하면 상인들만 애꿎은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산물 종사자들의 걱정은 시장을 넘어 온라인으로 번졌다. 자영업자들끼리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135만 회원의 ‘아프니까 사장이다’엔 “횟집 정리하고 닭갈비 집을 열까 고민된다” “예약 전화는 한 통 없고, 재료는 썩어가니 정말 심난하다” 등의 푸념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한 횟집 사장은 “아직 (오염수를) 흘려보내지 않았는데 벌써 매출에 영향이 있는 걸 보니 겁부터 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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