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 신속처리 약속하곤
'부당이득 입증책임' 문제 삼으며 반대
29일 법사위 통과 불발되면 기약 없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등 주가조작에 대응할 '금융사기 환수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여당이 부당이득 산정 방식과 자진신고자 제재 감면 방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고강도 처벌 역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로 통과되지 않았다. 법사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재논의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최근 잇따른 주가폭락 사태로 입법 가속도가 붙던 차였다. 현행 법률로는 3대 불공정거래(주가조작,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에 과징금을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당이득을 산정할 법적 기준도 없는 탓에, 그간 '솜방망이' 처벌만 이뤄졌다. 실제 3대 불공정거래 관련 2020년 대법원 선고를 보면, 40.6%(26명)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런 이유로 당정은 지난달 개정안을 신속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부당이득 효과적 환수 VS 입증책임 전환
여당이 급제동을 건 부분은 '부당이득 입증책임'이다. 개정안은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총수입-총비용-제3자 개입 등 별도 사정'으로 정하면서, 별도 사정 소명 책임을 주가조작 등 법 위반자에게 지웠다. 증명 책임이 엄격해 부당이득을 책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는 검사의 혐의 입증 실패로 이어져, 그간 다수 피고인이 무죄를 받거나 5억 원 이하 벌금만 냈다. 개정안 취지는 검사의 증명 책임을 덜어내 부당이득을 효과적으로 환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조항이 '입증책임 전환'이라고 지적했다. 검사에게 혐의 입증 책임이 있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여당 법사위 간사 정점식 의원은 20일 회의에서 "이는 입증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원과 법무부로부터 의견을 충분히 듣고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게 맞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도 가세했다. 법사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해당 조항에 대해 "피고인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고, 무죄추정 원칙에 반할 수 있다"면서 "부당이득은 검찰이나 금융당국도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어려운데 피고인에게 소명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진신고 제재 감면은 플리바게닝"
여당은 내부자 고발 인센티브 제도도 문제 삼았다. 개정안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범죄 발각 전 금융당국 등에 자수한 경우, 형벌 혹은 과징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극소수에 의해 은밀히 벌어지는 주가조작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불공정거래와 유사한 담합 사건에서도 내부 고발자는 과징금 등이 감면된다.
국민의힘은 해당 조항이 전례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펼쳤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전주혜 의원은 20일 회의에서 "소위 플리바게닝과 같은 규정인데, 제가 아는 법 상식으로는 이러한 규정을 한 예가 없다"며 "규정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일당 부당이득 환수 '난항'
이 때문에 29일 전체회의에서 극적 통과될 가능성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법안 통과 시기를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법사위 소속 한 보좌진은 "법원행정처가 계속 반대한다면 법사위 통과는 사실상 어렵다"며 "법원행정처로부터 전향적인 입장을 받아내거나, 국민의힘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귀띔했다.
당국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달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도 (통과될 개정안이) 적용되는 만큼, 주가조작꾼들에 대한 엄벌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가 늦어질수록 주가조작 일당이 법망을 피할 시간만 더 길어지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원행정처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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