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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두 거물의 ‘빅매치’

입력
2023.06.27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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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마크 저커버그(왼쪽) 메타 최고경영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P 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왼쪽) 메타 최고경영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P 연합뉴스

복싱 전설 무하마드 알리(1942~2016)는 1976년 6월 26일 기이한 경기를 치른다. 장소는 일본 도쿄 부도칸. 상대 선수는 안토니오 이노키(1943~2022). ‘박치기 왕’ 김일(1929~2006)의 맞수로 한국에서도 인기 있었던 일본 유명 프로레슬러였다. 두 사람은 15라운드 동안 서로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했고 경기는 시시하게 끝났다. 세기의 대결은 한 편의 쇼가 됐으나 둘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알리는 610만 달러, 이노키는 300만 달러를 각기 챙겼다.

□ 알리와 이노키의 대결은 이종격투의 원조였다. 21세기 들어 서로 다른 격투기 종목 선수들끼리 맞붙는 일은 흔해졌다. 지난 24일엔 실리콘밸리 거물인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가 이종격투기 대결을 운운해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이종격투기장으로 종종 쓰이는 철창에서 싸우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대결이 정말 성사되면 10억 달러 흥행판이 열릴 것이라는 보도가 미국에서 나온다.

□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오랜 앙숙이다. 두 사람 사이는 2016년 우주발사선 스페이스X 폭발 사고를 겪으며 틀어졌다. 머스크가 주도하던 스페이스X에는 저커버그 회사 페이스북의 인공위성이 실려 있었다. 저커버그는 인공위성을 띄워 아프리카에 무료 인터넷을 보급할 계획이었다. 페이스북의 야심 찬 시도가 무산된 후 둘은 매사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됐다. 최근 저커버그의 메타가 트위터 대항마인 ‘스레드’ 출시에 나서자 머스크가 “한판 붙자”고 도발했고, 저커버그가 이에 응수하며 결투가 이뤄지게 됐다.

□ 1960년대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이탈리아 페라리를 인수합병하려 했다. 페라리는 포드를 지렛대로 삼아 다른 이탈리아 회사 피아트와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냈다. 이용당한 걸 안 포드 사장 헨리 포드2세는 페라리를 혼내줄 레이스카 포드 GT40 개발에 나서고, 유명 자동차 경주 르망24시에서 4연패를 이뤄냈다. 적개심이 기술 발전으로 이어진 셈이다. 21세기 과학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는데 정신문명은 오히려 뒷걸음치는 듯하다. 실리콘밸리 두 거물의 다툼은 그 방증이 아닐까.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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