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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과학자들, 국민은 혼란스럽다…오염수 둘러싸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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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과학자들, 국민은 혼란스럽다…오염수 둘러싸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시끌

입력
2023.06.29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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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게시판에 방류 안전성 논박
원자력계 균열에 국민 혼란 가중
과학 커뮤니케이션 부족이 괴담으로

서울대 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 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수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내부에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두고 균열이 커지고 있다.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공론이 극단으로 분열되며 사회 혼란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균형 있는 시각으로 차분하게 대응 방향을 제시해야 할 전문가들이 일부 정치적 성향이나 개인적 관점 등에 따라 정반대 주장을 펼치며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는 탓에 국민 불안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현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내 게시판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소속 교수들의 글이 여러 편 게재돼 있다. 이들 게시글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오작동 가능성 △후쿠시마 원전의 핵분열 연쇄반응 가능성 △후쿠시마 원전 근해 우럭의 세슘 검출 △구체적인 오염수 방류 과정 등에 대한 기술적 측면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오염수 방류에 뚜렷한 반대 목소리를 활발히 내고 있는 같은 학과 서균렬 명예교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이 학과 조형규 교수는 게시글에서 서 교수가 언론에 기고한 칼럼이나 라디오 인터뷰를 인용하며 "최근 우리 학과의 한 명예교수님께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많은 우려 의견을 내 국민들의 불안감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사실관계 확인과 올바른 정보의 전달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또 김기현 교수는 "언론을 통해 자의적으로 편집되고 의도가 왜곡되어 전달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서 교수의 발언이 자주 공론화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지난달 22일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학계에서 교수들이 스승 또는 선배격인 같은 학과 소속 명예교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자력계 교수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라는 서 교수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개인의 주장이 학교나 학과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반박을 제기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학과 내 움직임에 대해 "같은 사안이라 하더라도 위험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다를 수 있고, 과학에도 정답은 없는 것"이라면서 "국민들 눈높이에서 보려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간 국민들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현안이 발생했을 때 정부와 과학계가 객관적 사실을 적시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분열된 모습을 보여온 선례가 장기간 누적돼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또는 공론장에 괴담만 퍼지고 실증적, 건설적 토론은 소멸했다는 것이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코끼리 전체를 보지 않고 코끼리 다리만 만진 결과"라며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입맛에 맞는 과학자의 메시지만 부각시켜서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모든 데이터가 오염수 방류 영향은 미미할 거란 결론을 향한다는 주장과, 겪어보지 못한 위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반대 주장만 연일 계속될 뿐 어느 과학자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현답'으로 불안감을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있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사람마다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천지차이라는 걸 간과한 채 다른 목적을 갖고 과학적 주장을 제기하는 건 위험하다"며 "과학자들이 국민들의 그런 차이까지 충분히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현주 기자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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