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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시의회가 한강공원을 포함한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제한하는 이른바 ‘한강 금주’ 조례안 심사를 최근 보류했다. 시민 공감대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오세훈 시장 명의로 발의된 이 조례안은 한강공원과 하천, 대중교통시설, 유치원, 어린이집 등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음주자에겐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이 논의는 결국 8~9월 중 열릴 시의회 다음 회기로 연기됐다.
□ 서울시가 딜레마적 상황에 빠진 건 일본 출장 중인 오 시장의 ‘서울자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24일 도쿄에서 열린 ‘2023 서울 에디션 인 도쿄’ 행사에서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마시고, 한강공원에서 석양을 즐기며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고, 개방된 청와대 근처 냉면집에 가면 정말 시원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리사 복장을 한 그는 떡볶이와 핫도그, 약과를 비롯해 광장시장의 빈대떡까지 다양한 ‘서울의 맛’을 현지인들에게 강조하고, 직접 경품추천도 진행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청계천’이 있다면 오세훈의 대표상품은 ‘한강르네상스’다. 한강변은 1916년 일제가 척박한 방목지에 불과했던 여의도를 간이비행장으로 만든 걸 제외하면 대부분 자연상태로 방치됐다. 그러다 ‘88서울올림픽’ 유치가 결정적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한강종합개발계획이 수립됐다. 수해를 방지하고 수질을 개선하며, 하천공간에서 유람선과 수상레포츠가 가능토록 한다는 목적이었다.
□ 오 시장은 세금을 많이 쓴다는 비판에 개의치 않고 서울의 외관을 화려하게 꾸미는 데 몰두해 왔다. 처음엔 한강변에 놀러 갈 시간조차 없는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란 비판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번 조례안이 나온 배경은 2021년 4월 한강공원에서 사망한 의대생 고(故) 손정민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폐해 예방 차원에서 검토된 것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치맥의 계절이 왔다. 시민들이 노을을 바라보며 도심 강변에서 치맥을 즐기는 모습은 사라지게 될까. 외국인 관광코스이면서 사고위험과 쓰레기를 늘린다는 찬반 논란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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