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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의 풍경

입력
2023.07.03 1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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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여름휴가철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항공주가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경기불황으로 장거리 여행보다는 역대급 엔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일본이나 동남아 등 단거리 여행수요가 많아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뉴시스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여름휴가철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항공주가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경기불황으로 장거리 여행보다는 역대급 엔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일본이나 동남아 등 단거리 여행수요가 많아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뉴시스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일본 여행 열풍이 뜨겁다. 6월 인터파크와 트리플의 일본 여행상품 판매량은 전월 대비 53% 증가했다. 모두투어의 예약률은 80%나 급증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보복여행’ 경향과 함께, 엔화 가치가 역대급 수준으로 하락한 ‘슈퍼엔저(円低)’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엔저 영향은 증시에도 작용해 올 상반기 내국인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도 4만4,752건으로 작년 동기 2만6,272건 대비 2배가량 급증했다.

▦ 최근 3년을 돌아보면 원·엔 환율은 2020년 7월 31일 100엔당 1,141.78원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6월 23일 897.49원까지 낮아졌다. 하락률로는 21.4%이며, 2015년 6월 885.11원 이래 약 8년 만에 800원대 하락을 기록한 셈이다. 300만 원을 갖고 일본 여행을 간다 치면, 3년 전엔 약 26만3,000엔을 환전했지만, 지금은 약 33만4,000엔을 쓸 수 있다는 셈이 나온다. 엔저 인센티브가 이 정도니 너도나도 일본행을 택한다고 볼 수 있겠다.

▦ 원화 가치의 상대적 상승에 자칫 으쓱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GDP 3위권인 일본의 국력과 경제를 섣불리 판단할 일은 결코 아니다. 이번 엔저는 미국 등 세계 주요국들이 금리를 다투어 올리며 강한 긴축기조로 돌아선 가운데 일본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금융완화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로 일컬어지는 경제활성화정책과 국채 금리 상승 억제 필요 등 나름의 전략에 따라 일본 스스로 엔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 재미있는 건, 과거 엔저 상황이 닥치면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자동차나 가전 등 한국 수출이 즉각 타격을 입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국내에서도 도요타나 혼다 등 일제 수입차량 가격이 많이 낮아졌지만, 정작 국내 소비자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되레 현대나 기아차를 선호할 정도로 우리의 제품경쟁력이 크게 신장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엔화 등락에 춤추던 시절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상전벽해가 된 셈이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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