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200~500m 오염수 9년 뒤 우리 해역에
"세슘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표층의 방류수는 해류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동쪽으로 계속 이동하는데, 아표층 방류수는 도중에 남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으로 예측됐다."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5일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한국해양학회 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원전 방류수 확산에 대한 과학적 이해' 심포지엄에 주제 발표자로 나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된 뒤 수심 약 100m의 표층과 200~500m의 아표층에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본 것이다.
쿠로시오 해류 타고 나갔다 적도해류 타고 유입
조 교수에 따르면 방류된 오염수에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측정 최소값(0.01베크렐·㏃) 이상 존재한다고 가정할 경우 표층수의 세슘은 약 10년, 아표층수의 세슘은 9년 뒤 우리 해역에 유입된다. 표층수는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동쪽으로 멀리 나가 북태평양을 크게 돌아 적도해류를 타고 돌아오고, 아표층수는 비슷하게 가다가 북태평양 중앙 해역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먼저 적도해류를 타기 때문에 1년의 시간차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차이가 방사성 물질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이 같은 경로 예측은 지난 2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발표와 유사하다. 당시 시뮬레이션을 한 김경옥 해양연 책임연구원도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해 "방사능 핵종의 확산과 이동은 지형과 해류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방류수가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북태평양을 건너가 태평양 한 바퀴를 순환하고, 다시 대만과 동중국해 대륙붕을 거치며 확산·희석된다"고 설명했다.
해양연 시뮬레이션에선 오염수에 가장 많이 포함될 방사성 핵종인 삼중수소는 방류 후 4~5년이 지난 시점부터 우리 해역에 유입되고, 그 농도는 방류 10년 뒤까지 1㎥당 평균 0.001㏃ 정도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국내 해역 평균 배경농도(172Bq)의 10만 분의 1 수준이다.
"IAEA 보고서, 방류 전 단계에 치중돼 아쉬워"
전문가들은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내놓은 최종 보고서에 대한 견해도 공유했다. "검증이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 방류수가 바다에 나오기 전까지에만 치중돼 있다"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여러 시뮬레이션 모델 등을 통해 오염수 방류가 한반도 주변 해역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10년 이상 지나 데이터가 축적됐기 때문에 방사능 물질의 해양 유출 후 확산에 대한 시뮬레이션 모델링의 신뢰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우리 해역의 수산물에 대해선 안전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원호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명예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우리 해역에서의 방사능 농도 증가 효과는 아예 없거나 무의미한 수준"이라면서도 "방류가 이뤄지는 일본 동해안, 시뮬레이션상 고농도가 나타나는 서태평양 환류지역의 경우 생물에 대한 영향, 생물먹이망의 변화 등에 대해 별도로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대부분의 시뮬레이션이 일본 방출 '계획'의 수치를 토대로 진행된 만큼, 일본의 투명한 정보 공개는 물론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정경태 오셔닉 해양환경연구소장은 "일본의 오염수 방출은 30~40년에 이르는 장기 계획인 만큼 계획대로 방출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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