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을 각오하고 고백하면 6세와 8세, 두 아이의 사교육비가 한 달에 200만 원이 넘는다. 아이 한 명만 놓고 봐도 지난해 국내 초등학생 1명에게 들어간 월평균 사교육비(37만2,000원)의 3배에 가깝다. 아이들의 사교육비는 내 월급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무리한 사교육비 지출이 아이의 장밋빛 미래보다는 나의 빈곤한 노후와 연결된다는 것쯤은 잘 안다.
무리한 선택의 이유는 명료하다. 맞벌이인 우리 부부가 두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는 사교육이 최선이었다.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갓난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두 번의 육아휴직, 남편의 육아휴직, 육아도우미 고용, 조부모 도움까지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썼다. 아이가 사교육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4세가 되면서 자본에 의한 돌봄이 시작됐다.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는 학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 1시부터 수학, 태권도, 피아노 학원을 부지런히 오간다. 유치원에서 오후 4시면 오는 둘째도 질세라 학원을 돌고 돈다. 돌봄은 해결됐지만 의문이 든다. 오전 8시 집을 나선 아이들이 오후 6시가 돼야 온다. 법정 노동시간(주 40시간)을 넘는 아이의 사교육은 정상인가.
'비정상 육아'를 피할 선택지는 있다. 부모 둘 중 한 명이 일을 관두는 것이다. 돌봄을 대체하는 사교육에 월급의 절반 이상을 쏟는 처지에 일을 관둬도 허리띠를 졸라매면 경제적 타격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직업의 가치가 소득창출만은 아니듯, 개인의 삶도 부모 역할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다음은 부모를 대신할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는 것이다. 두 아이의 등·하원 도우미 고용 비용은 시급 1만5,000원 기준, 하루에 8시간씩, 한 달에 240만 원이 든다. 사교육비보다 많다. 고령의 조부모에게 헌신을 요구할 수도 있다. 황혼 육아를 담보로 한 조부모의 자유와 건강의 값은 얼마인가.
공교육도 있었다. 첫째가 다니는 공립 초등학교는 학원비보다 저렴한 값에 방과 후 수업을 운영한다. 하지만 운이 따라줘야 한다. 방과 후 수업은 무작위 추첨으로 뽑는데, 일주일 내내 순차적으로 들어맞는 수업을 들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아이의 선호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단지 내 공립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뒀던 둘째의 입소는 1년 넘게 소식이 없었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자, 아예 반이 사라졌다. 아이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사립 유치원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내 아이도 결국 사립 유치원에 갔다.
이런 비정상 육아는 비단 우리 부부만의 일이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맞벌이 가구는 584만6,000가구로 전체 유배우 가구의 46.1%다. 역대 최대 비중이다. 지난해 맞벌이 가구의 자녀 한 명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맞벌이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도 80.2%로 평균(78.3%)을 웃돈다. 맞벌이가 늘어날수록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사교육 비중도 같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반갑게도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놨다. 초등 방과 후 수업을 확대하고, 초등 대비 유아 교육 과정을 늘려 공교육을 강화한다고 한다. 때마침 아이 태권도 학원에서 문자가 왔다. "부모님의 휴일보장 프로그램, 주말 피구대회 선착순 30명 모집. 참가비 3만 원."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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