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직업·소득과 무관, 관심사 따라 운영
커뮤니티 활발한 활동이 지역에 활력소
편집자주
소멸 위기를 극복 중인 지역 이야기를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압축적으로 다룹니다.
충남 공주시 인구의 증가 발판이 된 제민천 주변 구도심 변화 중심에는 커뮤니티 기반의 지역 관리회사인 ‘퍼즐랩’이 있다. 기존 시설을 활용한 숙박, 교육, 판매, 전시 등의 공간을 운영하면서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 의견을 조율해 지역사회 공간을 감각적으로 디자인하고 브랜딩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를 이끄는 권오상(47) 대표는 7일 “이 지역의 고유 자원을 기반으로 중앙부처와 기관의 지원을 전략적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민간과 행정, 지역주민과 이주민들이 손발이 잘 맞았다”며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공주 구도심은 더욱 매력적인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구도심의 낡은 한옥에 매료돼 5년 전 잘 다니던 공기업(경기관광공사)에 사표를 내고 가족과 함께 내려왔다.
권 대표가 공주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것은 구도심 특징으로 자리 잡은 독특한 커뮤니티 문화다. 그는 “누가 공주에 와서 일을 한다고 할 때, 예전엔 이미 꾸려져 있는 커뮤니티에 막내로 들어가서 열심히 따라다니고, 술 마시고, 일 거들면서 입지를 구축해 나가는 식이었다”며 “그러나 지금 이곳 커뮤니티는 연령, 출신, 직업, 소득과 무관하게 관심사에 따라 운영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의 청년들이 공주 구도심으로 향하는 이유다.
지역에 자리를 잡은 여덟아홉 곳의 동네 책방과 와인바, 카페 등이 다양한 주제로 북토크, 이벤트를 열고 있고, 행사 참석한 사람들이 정체성과 철학이 비슷하다면 그 안에서 다시 뭉치고 교류하는 식이다. 권 대표는 “연고나 나이와 무관하게 테마로 형성된 커뮤니티라 폐쇄적이지 않고 열려있어 새로운 사람들이 항상 드나든다”며 “이 덕분에 모임에선 뻔한 이야기 대신 매번 새로운 이야기가 오가는 의외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번 꾸려진 커뮤니티가 생동감을 잃지 않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커뮤니티의 활발한 활동은 지역에 큰 활력이 된다.
뿐만 아니다. 기존의 지역사회가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면서 느슨하지만, 결속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게 권 대표 생각이다. “매년 가을 금강과 공산성, 구도심에서 열리는 지역축제 대백제전 준비 과정에서 보면 다양한 커뮤니티, 예술가 그룹이 어떻게든 축제에 도움이 되는 식으로 참여합니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축제의 의미와 가치를 높이는 거죠.” 구도심 중심의 다양한 커뮤니티가 지역의 기존 커뮤니티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 활동하는 만큼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가 없고, 지역에는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이 독특한 문화의 커뮤니티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냐고 묻자 권 대표는 난색을 표했다. “제가 따로 알려드릴 방법이 없어요. 직접 제민천 마을에 와서 발길 닿는 대로 다니다 보면 맥줏집에서도, 카페에서도, 책방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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