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두고 같이 경쟁하게 되면 어떨 거 같아요?", "음…."
한국일보가 수직하강하는 출산율로 현실이 된 인구 절벽, 지방 소멸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한 창간기획 '절반 쇼크가 온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출생아 수가 50만 명 아래로 떨어진 절반세대(2002년생)가 바라는 저출산고령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한 기획이었다.
절반세대에게 당장의 인구 감소를 막을 하나의 대안이 된 '외국인 유입 확대'에 대해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대체로 학창 시절부터 외국인과 부대끼며 살아왔기에 "거부감은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국리서치와 진행한 인식 조사에서 2001~2004년생의 41.2%는 "외국인 근로자 유입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1991~1994년생은 29%에 그쳤는데, 외국인을 보고 자란 경험이 많을수록 다문화 사회를 수용한다는 의미다.
대구는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로 시끄러운 데다, 중국 동포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여전한 우리 사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답변이었기에 궁금증이 생겼다. 절반세대는 왜 기성세대와 달리 외국인 유입 확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볼까.
다만 무작정 좋게 보는 건 아니었다. 절반세대 2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의 '속내'는 복잡했다. 일단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고마운 존재로 바라봤다. 생산가능인구가 더 줄지 않게 유지해주고, 한국인이 꺼리는 3D 업무를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문을 닫을 뻔한 지방대는 구사일생했고, 지방대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지역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였다. 본보가 취재한 강원 고성군의 한 젓갈공장과 오징어 건조 공장은 이들이 없다면 버틸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블루칼라 노동자', 이제는 한국인이 꺼리는 어렵고 고된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들, 자신의 삶의 영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블루칼라에서 화이트칼라로 넘어와 절반세대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돼도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체로 침묵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거나 그들의 선택지에는 없는 항목이었다.
절반세대가 외국인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는 뜻이 아니다. 외국인이 많아지면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미디어에서 '인구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하니 갖게 된 막연한 기대였다. 우리 사회가 이민자 유입에 대한 담론을 만들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싼값에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 줄 존재로만 생각했지, 이들이 한국에 들어온 이후에 대한 고민은 모른 체한 것이다. 한국에 정착해 가정도 꾸리고 자신만의 '코리안드림'을 꿈꿀 그들에게 '일만 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할 수 있을까. 기회 박탈과 배제는 충돌만 야기할 뿐이다.
외국인이 많아지면 문화 차이에 따른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는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곪은 갈등이 폭발하면 그때 발생할 혼란은 걷잡을 수 없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17세 소년 나엘의 죽음으로 촉발된 프랑스 시위나 난민 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연립정부가 무너진 네덜란드 모습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이주민의 삶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한국에 정착할 수 있게 내국인과 소통하며 조율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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