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국산 집속탄’에 고통받는 캄보디아… 우크라에 “쓰면 안 돼”
알림

‘미국산 집속탄’에 고통받는 캄보디아… 우크라에 “쓰면 안 돼”

입력
2023.07.10 17:40
17면
0 0

베트남전 때 미군 집속탄 23만 발 투하
현재까지 2만여 명 사망... 고통 진행 중
훈센 총리 "우크라도 100년간 큰 위험"

올해 1월 23일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수도 프놈펜의 한 행사장에서 제32회 캄보디아 동남아시안게임의 중요성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프놈펜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올해 1월 23일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수도 프놈펜의 한 행사장에서 제32회 캄보디아 동남아시안게임의 중요성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프놈펜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캄보디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국이 제공하는 집속탄을 (전쟁에서) 쓰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50여 년 전인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투하했던 집속탄 탓에 아직까지도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캄보디아로선 ‘악마의 무기’나 다름없을 만큼 고통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10일 AFP통신에 따르면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자국 영토에 집속탄을 사용한다면 최대 100년 동안 우크라이나인들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집속탄을 사용하지 않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지난 7일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포함, 총 8억 달러(약 1조412억 원) 규모의 신규 군사 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집속탄은 넓은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쓰이는 살상 무기다. 다량의 소형 폭탄을 공중에서 살포하거나 미사일 형태로 쏜다. 미군은 베트남전 기간인 1960~1970년대에 ‘공산군 보급로 타격’을 명분으로 베트남뿐 아니라, 캄보디아와 라오스 일대에도 약 2억7,000만 발의 집속탄을 투하했다. 이 가운데 캄보디아에 떨어진 건 23만 발 정도로 추산된다.

그로부터 50년 이상이 지났지만, 캄보디아의 ‘집속탄 악몽’은 현재진행형이다. 베트남전 당시 투하된 집속탄에 더해, 1998년까지 30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수많은 지뢰도 매설되면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2만여 명이 숨진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부상자도 4만5,000여 명에 달한다. 게다가 상당수 집속탄은 불발탄 상태로 남았다. 어린이들이 무심코 만졌다가 터질 경우,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집속탄 제거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도 부담이다. 훈센 총리는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으나 폭탄을 모두 제거할 수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2월 캄보디아 당국은 국경지대 집속탄 제거에만 7억 달러(약 8,643억 원)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독일 대통령 "집속탄 반대 여전하지만 미국 못 막아"

지난 1월 10일 미국 유타주의 힐 공군기지에서 미군 2명이 집속탄을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월 10일 미국 유타주의 힐 공군기지에서 미군 2명이 집속탄을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내는 물론, 유럽 동맹들에서도 우려가 잇따른다. 미국 민주당의 바바라 리 하원의원은 9일 CNN방송에 출연해 “집속탄을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영국은 ‘집속탄에 관한 금지협약’(CCM)에 서명한 120여 개 국가 중 하나”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역시 원론적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9일 ZDF방송 인터뷰에서 “집속탄 사용에 반대하는 독일의 입장은 그 어느 때보다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 CCM 발효 당시 외교부 장관으로 독일을 대표해 서명했던 당사자다. 다만 “하지만 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하려는 미국을 막을 순 없다”며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정승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