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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m 트레일러에 80t 싣고도 경쾌"...나로호 발사체 옮길 만 했다

입력
2023.07.18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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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만트럭버스 'TGX' 시승기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만(MAN)트럭놀로지 행사에서 본보 김형준 기자가 만트럭 TGX 시승을 하고 있다. 구기성 오토타임즈 기자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만(MAN)트럭놀로지 행사에서 본보 김형준 기자가 만트럭 TGX 시승을 하고 있다. 구기성 오토타임즈 기자


2013년 나로호 1단 발사체를 수송 중인 만트럭 TGX.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13년 나로호 1단 발사체를 수송 중인 만트럭 TGX.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만(MAN)트럭버스그룹 시험주행 트랙. 이 그룹의 연중 최대 행사로 꼽히는 'MAN 트럭놀로지 페스티벌(Trucknology Festival)'이 열린 현장을 누비는 수많은 차량 중 가장 커다란 트랙터가 '대형면허 초보'의 가슴을 콕 찔렀다. 이날 이곳에 배치된 약 200대의 만트럭 차종 중에서도 가장 큰, 'TGX' 라인의 고하중 4축(좌우 바퀴를 연결하는 쇠막대) 트랙터다. 어림잡아 25m가 넘는 길이의 트레일러를 연결해 그 위에 수많은 적재물을 시험 장착했는데 눈앞을 지날 때마다 '기차 같은 자동차'에 시선이 닿았다.

전 세계 미디어와 고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고하중 트랙터를 시승하려면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뙤약볕 아래에서 대기가 힘들었는지 일부 해외 참가자는 새치기를 시도할 정도였다. 만트럭 라인업인 TGE, TGL, TGM, TGS, TGX 중 가장 힘 좋고 큰 차종인 TGX는 2021년 유럽 상용차 매체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트럭(International Truck of the Year)에 뽑힌 명차지만 아쉽게도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굴곡이 많고 폭도 좁은 도로 여건을 지닌 한국에서는 도입이 쉽지 않은 차종으로 꼽힌다.



"만트럭, 나로호 옮길 만하네"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만(MAN)트럭놀로지 행사에서 본보 김형준 기자가 만트럭 TGX 시승을 하고 있다. 구기성 오토타임즈 기자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만(MAN)트럭놀로지 행사에서 본보 김형준 기자가 만트럭 TGX 시승을 하고 있다. 구기성 오토타임즈 기자




TGX는 국내에선 2013년 러시아에서 공수된 '나로호(KSLV-I)' 1단 발사체를 실어 나른 차종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강력한 힘을 내면서도 안정감 또한 높다는 얘기다. 높이 약 5m의 운전석에 올라앉아 관계자 설명대로 시트 높이를 맞추고 브레이크를 풀었다. 이날 시승차의 트레일러엔 약 80톤(t) 무게의 화물이 실렸다고 한다. 천천히 가속 페달을 밟자 느껴진 육중한 무게감에 잠시 불안감이 생겨 측면 거울로 8축짜리 트레일러를 살폈는데 모든 축에 조향 기능이 적용돼 첫 번째 코너에서부터 안정적으로 우회전할 수 있었다. 관계자의 칭찬에 여유가 생겨 내게 주어진 트랙 두 바퀴 시승 기회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시속 30㎞ 이내로만 주행할 수 있어 가속 때의 주행 질감을 느낄 순 없었지만 80t 무게의 트레일러를 달고 달렸던 이날의 주행 질감이 워낙 경쾌해 140t의 나로호 발사체 이송도 거뜬했으리라 짐작됐다. 첫 바퀴 때와 달리 두 바퀴째 주행 때는 긴 트레일러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가뿐하게 주행할 수 있었고 흔들림 또한 거의 없었다. 만트럭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나로호 이송을 위해 특수 제작된 TGX는 640마력의 힘으로 250t의 화물까지 견인할 수 있게 설계돼 우주발사체 외에 풍력 발전용 프로펠러도 실어나른다. 우주 산업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의 든든한 도우미로 활약해 온 셈이다.



"뮌헨 공장은 전동화 전진기지로"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만(MAN)트럭놀로지 행사에서 전시된 전기트럭 eTGM. 뮌헨=김형준 기자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만(MAN)트럭놀로지 행사에서 전시된 전기트럭 eTGM. 뮌헨=김형준 기자


물론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친환경 차량으로 나르면 더할 나위 없을 터. 전기차 보급 확대가 이뤄지는 승용차 시장과 달리 아직 친환경 대형 상용차 보급은 더딘 게 아쉽다. 그래서인지 이날 행사장에서는 만트럭에서 내놓은 전기트럭에도 전 세계 취재진의 관심이 쏠렸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수소 엑시언트를 내놓는 등 친환경 대형 상용차의 무게 중심을 수소 쪽에 뒀지만 만트럭을 비롯해 볼보와 벤츠 등 유럽에서는 일단 전기 상용차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시승 경쟁을 뚫고 전기트럭 'eTGM' 시험 주행에도 참여했다. 현장 관계자는 전기로만 움직인다는 점을 강조하며 "풀 일렉트릭(full electric)은 정숙성이 뛰어나다"고 했다. 최대 350킬로와트(kW)의 영구자석 동기 모터(PSM)를 장착한 eTGM은 높이 4.7m에 길이 13.5m 크기의 냉동칸까지 탑재했음에도 큰 소음 없이 달렸다. 한 번 충전으로 약 800㎞까지 달릴 수 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짧은 주행을 통해 다가올 미래 상용차 전쟁에 대한 대비도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만트럭 관계자는 "폴란드 크라쿠프 공장의 생산 능력을 늘리고 기존의 핵심 생산기지였던 독일 뮌헨공장을 전동화 전진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에른 뮌헨' 붉은 트럭에 이런 의미가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만(MAN)트럭놀로지 행사장에 'WOMAN' 레터링이 적힌 트럭(왼쪽)에 바이에른 뮌헨 엠블럼이 추가돼 있다. 뮌헨=김형준 기자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만(MAN)트럭놀로지 행사장에 'WOMAN' 레터링이 적힌 트럭(왼쪽)에 바이에른 뮌헨 엠블럼이 추가돼 있다. 뮌헨=김형준 기자


7월 6~8일 2박 3일 동안 진행된 만트럭놀로지 페스티벌은 '트럭(Truck)'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가 담긴 행사 이름을 증명하듯 특장차의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차종이 전시됐다. 행사장에는 앞서 언급된 트랙터와 전기차를 비롯해 덤프트럭, 레미콘 차량, 소방차, 냉동 탑차, 고소작업차, 제설차량 등 현대 사회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특장차가 전시됐다. 행사장 한가운데 배치된 고가 사다리차는 32m 높이까지 오르며 시선을 끌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는 200대 안팎의 차량이 전시됐고 전 세계 고객과 미디어 등 7,000여 명이 참석했다는 게 만트럭버스그룹 측 설명이다.

차량 자체의 기능에 사회적 의미까지 입힌 트럭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그릴의 'MAN' 레터링을 'WOMAN(여성)'으로 바꾼 트럭이 주인공이다. 당시 만트럭앤버스그룹은 장학금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들의 대형트럭 연수를 지원, 여성들의 취업을 돕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WOMAN'이 새겨진 붉은 트럭과 'MAN'만 새겨진 하늘색 트럭이 나란히 서 있었다. 붉은 트럭에는 분데스리가 명문 프로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의 엠블럼이, 하늘색 트럭에는 뮌헨 연고 원조 프로축구팀인 'TSV 1860 뮌헨'의 엠블럼이 새겨졌다. 만트럭 관계자는 "회사는 차종은 물론 성별과 나이, 인종 등에 대한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뮌헨=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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