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과 관련하여 중력모델(Gravity Model)이라는 이론이 있다. 국가 간 물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교역이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중력모델에서 최근에는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문화적 거리가 중요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역상대국 중 폴란드가 문화적 거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강대국들의 침략 속에서도 독립을 쟁취한 역사적 유사성으로 인해 폴란드는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다. 양국 간 교역 증가율이 2016년 이후 연평균 17%를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은 폴란드의 최대 투자국이다. 우리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를 기반으로 폴란드는 '유럽 내 1위 배터리 생산국'이 되는 등 중부유럽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윤 대통령의 폴란드 순방은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14년 만이며, 앞으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방문 기간 중 개최된 한·폴 비즈니스 포럼에는 양국 기업인 350여 명이 참석하여 배터리·미래차·항공 등 첨단산업, 인프라·에너지 분야 및 금융·관광 등의 분야에서 총 33건의 MOU를 체결하는 등 협력 고도화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아울러 무역상담회에서도 양국 기업 간 90여 건의 무역 및 투자 상담이 이뤄졌으며, 이를 통한 수출계약 등 후속 성과도 기대된다.
이러한 민간 분야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제도적 기반을 확보하였다. 한·폴 무역투자촉진 프레임워크(TIPF) 체결을 통해 무역·투자·산업·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확대의 발판을 마련하였으며, 기업 간 공동 프로젝트 지원과 무역장벽 제거 등을 위한 협의채널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리적 여건과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고려할 때 폴란드는 우리의 최적 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한국과 폴란드 간 경제·산업협력은 전기차 배터리, 가전 등 첨단 제조업 협력의 고도화와 원전, 인프라, 방산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 달성, 그리고 우크라이나 재건과 같은 글로벌 이슈 협력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순방에서 국내 주요 지방 거점대학 등과 폴란드 주요 대학들 간 공학인재교류 MOU가 체결된 점도 의의가 크다. 앞으로 반도체, 인공지능(AI), 전기·전자 분야 등 첨단분야에서 청년인재 교류가 확대되어 양국 간 협력 관계가 보다 공고해지고 현지 진출 한국기업들의 우수인력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다.
'여러 개의 손이 일을 쉽게 만든다'라는 폴란드 속담이 있다. 금번 순방을 통해 폴란드는 우리 기업들의 EU시장 진출의 핵심 관문이자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서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유라시아 대륙의 맞은편에서 한국과 폴란드 양국 민간과 정부의 여러 손이 서로를 맞잡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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