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자동차 산업이 가장 먼저 일어난 국가는 영국이었다. 자동차가 대량 생산되기 이전의 물건 운송수단은 마차였고, 영국에서 마부들이 모인 마부동맹은 강력한 조직을 갖고 있었다. 새로 태어난 자동차가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을 염려한 영국의 마부동맹은 정치권에 엄청난 로비를 하여 새로 태동한 자동차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레드 플래그(red flag)법'을 제정하게 하였다.
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자동차가 시내에 들어오면 의무적으로 한 사람이 빨간 깃발을 들고 차 앞에서 뛰면서 위험을 알리도록 해야 하고, 시내에서 최고 속도는 마차보다 느린 시속 3.2㎞로 제한하였다. 또한 운행하는 차에는 수리전문 조수가 반드시 한 사람 타서 차량 고장에 대처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자동차 운행에 여러 불편한 조항이 부가되자 아무도 차를 타거나 차량으로 물건을 나르지 않게 되었고 영국에서는 더 이상 차를 만들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시작 단계에서 고사되었다.
영국보다 산업화에 후발주자로서 영국을 따라잡을 기회를 엿보던 독일은 영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자동차 제조업자와 사업가를 데려와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독일 자동차산업이다. 그 후 10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영국에는 이렇다 할 주요 자동차 생산업체가 없다. 당연히 마차도 없어졌다.
최근 몇 년, 미국을 여행할 때마다 매우 편하게 느끼는 것이 택시 대신 이용하는 우버 또는 리프트라는 서비스이다. 이 밖에도 최근에 생긴 플라이휠이나 커브 또는 알토 같은 작은 회사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에 이용하던 택시에 비해서 우선 잡기가 수월하고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 게다가 친절하기까지 하다. 이용해 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아마 이용하고 난 후 평가를 올리게 되어 있어 모두가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봉사를 제공한 기사도 손님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어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가 좋은 얼굴로 상대하게 된다.
같은 서비스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공되고 있다. 차를 갖고 있는 개인이 등록만 하면 여유 있는 시간에 이런 영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세상에 나온 덕분에 어느 나라를 가든 택시 잡는 게 무척 쉬워지고 값도 저렴해졌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고 이득을 얻는 이른바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렇게 편리한 서비스가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택시 서비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젊은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것이 많은 규제 또는 기득권층의 이해로 인하여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글로벌 상위 100대 유니콘 기업 중 55곳은 규제 장벽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예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외국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 몇 년 만에 기업가치가 10억 불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매년 100여 개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젊은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더 많은 창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기득권층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또는 세상의 변화에 둔감하여 그들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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