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차도 사고 늑장대처 비판에 항변
유가족 "책임 회피 말라" 강력 반발
24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두고, 김영환 충북지사가 “제가 거기(사고 현장)에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공식 사과를 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김 지사는 20일 충북도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골든타임이 짧은 상황에서 (사고가) 전개됐고, 임시 제방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는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충북도의 최고 책임자로서 현장에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괴산댐 붕괴가 더 긴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사고 당일 김 지사의 행적을 보면, 그는 15일 오전 9시 44분쯤 비서실장을 통해 오송 지하차도 사고 관련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당시 김 지사는 댐 월류로 3,000여 가구가 긴급 대피한 괴산으로 현장 점검을 나가 있던 중이었다. 이후 미호강 농경지 침수 현장을 둘러본 뒤 오후 1시 20분쯤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도지사가 있었어도 달라질 게 없었다”는 발언이 알려지자 유족들은 반발했다. 유족 이경구씨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말로 들린다”며 “김 지사의 무책임한 발언 때문에 유가족은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참사로 도지사 책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마당에 망언 수준의 발언이 나왔다”며 “어이가 없고 참담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충북도당 역시 “폭우 속 국민의 절규에 대통령이 한국 뛰어가도 상황을 못 바꾼다며 외면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난 재해를 대하는 인식과 태도를 그대로 답습했다”고 지적했다.
재난 대응과 관련한 김 지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4월 제천시 산불 당시 술자리 참석 논란이 일자 “산불 진화 현장에 가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합동분향소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김 지사는 이날 오후 기자실에 방문해 “그때 그 자리(사고 현장)에 서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 조금 더 빨리 갔어야 한다는 자괴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비공식 일정으로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했다. 유족들은 한 총리에게 “무엇보다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수사 진행 과정을 희생자 유족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 총리는 “감찰과 수사를 통해 미비한 점들을 밝혀내 뜯어고치겠다는 각오로 제도 개편에 나서겠다"며 "감찰과 수사 결과를 유족은 물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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