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어제 문재인 정부의 금강∙영산강 보(洑) 해체 결정 관련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환경부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조사평가단 구성을 사실상 맡겼고, 엉터리 경제성 분석을 토대로 졸속 결정을 했다는 게 골자다.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중요 국가 정책이 정권 입맛에 따라 어떻게 왜곡∙조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감사 결과를 보면 ‘4대강 조사평가단’ 내에 위원회를 설치하면서 4대강 반대 시민단체에 후보 명단을 통째로 흘려주고 추천과 반대 의견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상 이 단체가 위원회를 구성한 셈이다. 실제 전문위원회 위원 절반 이상(58%), 기획위원회 전원이 이 단체 추천 인사였다. 또 국정과제에서 설정된 시한에 쫓겨 2개월여 만에 부랴부랴 보 처리방안을 만들면서 신뢰할 수 없는 수질 측정자료를 무리하게 활용했다고 한다. 이러니 같은 보의 경제성 분석이 10배까지 차이가 났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문제는 4대강 정책만큼이나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감사 또한 정권 입맛 따라 춤을 춘다는 점이다. 4대강 감사 결과는 이번이 5번째다. 이명박 정부 때 1차 감사는 “특별한 문제없다”고 면죄부를 줬고,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2차 감사는 “근본적 보강”을 주문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4차 감사는 사업계획부터 관리까지 총체적 엉망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감사 결과를 믿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당장 정부와 국민의힘은 금강 세종보 복구, ‘포스트 4대강 사업’인 지류∙지천 정비에 속도를 내는 등 이번 감사 결과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감사 결과는 절차상 하자를 지적할 뿐, 보 해체 자체가 잘못이라는 과학적 분석을 담고 있지 않다.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결과가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게 감사원 주문일 뿐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정권 입맛대로 답을 정해놓고 밀어붙인다면 다음 정권에서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제 4대강 악순환을 끊어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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