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럽급여” “샤넬”로 역풍 불자 여당 함구
여론 몰매 맞은 7급 공무원, 충격에 병가
공청회 애초 ‘답정너’… 혼자 딴소리도 무리
‘시럽급여’ 파장이 열이틀을 넘겼지만 여당은 조용하다.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로 논란을 자초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사과는커녕 공개적인 언급도 꺼린다.
반면, 그 공청회에 참석했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소속 7급 공무원은 초주검이다. “여성ㆍ청년은 실업급여 받는 도중 해외여행 가고, (임금으로) 살 수 없던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는 발언을 한 그다. 논리적으로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의도 확대의 오류를 저질렀고 도덕적으로도 여성과 청년을 둘러싼 편견을 고착시켰다. 또 말해야 입 아픈 일이다.
문제는 공청회 이후 여당은 그의 뒤로 쏙 숨은 모양새라는 거다. 실명에 얼굴까지 공개돼 비난이 몰리자, 그는 충격으로 일주일 병가까지 냈다. 발언이 공개될 것도 알지 못한 듯하다. 공청회 때 그는 당 관계자가 “이후는 비공개이니 언론의 협조(퇴장)를 부탁한다”고 하자 무척 당황했다. “어, 지금까지 공개였어요?”라는 반문이 마이크에도 잡혔다.
애초 이 공청회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였다. 당·정의 방향은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 혹은 하향 조정에 맞춰져 있다. 참석자도 그에 동의하는 인사들로 구성됐다. 교수마저 경영학 전공이었다. 노동경제학자나 노동단체, 노무사 같은 노동자의 편에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7급 공무원인 주무관은 ‘답정너 공청회’ 참석자 중 가장 말단이었다. 소속 부처 ‘넘버 2’인 고용노동부 차관에, 여당 정책위의장이 면전이었다. 평소 소신이냐, 아니냐를 떠나 거기서 혼자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건 상상하기가 어렵다.
공청회를 요식행위처럼 여기는 풍토가 정치권에 만연하다지만, 이렇게 일방의 참석자만으로 구성하는 건 드문 일이다. 지난해 대선 체제 때만 해도 국민의힘은 달랐다. ‘방역패스’를 폐지해야 한다는 쪽이었으나 관련 공청회에선 신중론, 비판론, 현실론을 두루 들었다. 참석자도 정부 정책 담당자, 관련 학회, 언론인, 소상공인, 현직 의사 등을 아울러 구성했다.
고용보험은 사회보험이다. 실업급여의 재원도 노동자와 고용주가 반씩 부담해 조성한다. 보완책을 논의한다면 한 축인 노동자 쪽 주장도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이유다.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나 조정으로 타격을 입을 이들은 수급자의 절대다수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수급자 163만1,000명 중 하한액을 적용받는 수급자는 73%(119만2,000명)에 달했다. 하한액 적용 수급자의 실직 전 하루 평균 임금은 6만8,000원이었다. 이 의원은 “실직자 다수는 저임금 노동자로, 하한액을 폐지하거나 낮춘다면 재취업 준비 기간 생계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실업급여의 취지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는 ‘되어보는’ 일이다. 법으로 보호받아 마땅한 국민의 처지가 되어, 법의 미비를 찾아내 보완하는 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기본 소임이다. 그 대의정치의 방향은 사각지대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약자를 향하는 게 마땅할 테다.
정치는 그런데, 국민도 한다. 대표적인 게 투표다. ‘답정너 공청회’로 여당이 어느 집단의 처지가 되어보려는 것인지는 자명해졌다. 이제 납세자이자 유권자인 국민이 ‘나의 처지가 되어줄’ 집단을 판단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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