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2월 8일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국회가 이 장관을 탄핵 소추한 후 167일 만이다. 이에 따라 이 장관은 즉각 현업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 장관과 여권은 이를 ‘승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탄핵에 이를 위법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도, 도의적 면책까지 되는 것은 아니다.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와중에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공직자들의 자세는 국민의 환멸만 더하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참사 원인 등에 대한 발언은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발언으로 인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안전관리 행정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다음 날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라는 망언으로 유족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추후 사과했지만, 떠밀려 내뱉은 수준에 불과했다. 이 장관이 탄핵소추까지 이른 데에는 현행법상의 위법 여부보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사과하고 책임지는 도의적 태도의 결여가 결정적이었다. 이 장관 등이 책임 떠넘기기의 전례를 보여주면서, 최근 오송 참사에서도 이 같은 공직사회의 모습이 반복됐다. 김영환 충북지사도 “현장에 일찍 갔어도 바뀔 것 없다”는 책임 회피 발언 등으로 뭇매를 맞았다. 관재(官災)로 인한 무고한 희생에 진정으로 마음 아파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모습을 본 지 너무 오래다.
업무에 복귀한 이 장관은 환골탈태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희생자를 외면하는 이전과 같은 자세를 이어간다면 국정 운영에 부담만 될 것이다. 이 장관은 헌재 결정 이후 “10·29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어떤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할지 지난 6개월간 많이 고심했다”고 밝혔다. 탄핵 기각 후 이태원 유족이 실신했다는 소식은 이 장관의 향후 행보에 무게를 더한다.
탄핵소추에 나선 야당 또한 헌재의 결정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애초 위법성이 불투명해 기각이 예상됐었다. 그걸 알고도 야당은 탄핵소추를 밀어붙였고, 결과적으로 행안부 수장은 오랜 기간 공석이었다. 그 와중에 수해로 인해 사망·실종자가 무려 50명이 발생했다. 탄핵소추는 감정적으로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되는 엄중한 문제이다. 헌법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기각일 정도로, 야당의 탄핵소추는 무리한 측면이 컸다. 이 장관의 자세가 일부 빌미를 줬다고 해도, 정치적인 과한 대응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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