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멈춘 지 70년이 됐다. 북한의 침공에 대한민국은 한때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으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을 계기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후 갑작스러운 중국군의 개입으로 전선이 교착됐고 결국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1,127일간 200만 명의 희생자가 나온 뒤였다.
휴전선이 그어지고 포성은 멎었지만 평화가 온 건 아니었다. 북한은 협정을 수십만 건 위반했다.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은 종전이 아닌 정전의 의미를 일깨웠다. 최근 북한은 탄도미사일 도발을 일삼고, 7차 핵실험도 언제든 감행할 태세다. 이 와중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한강의 기적은 세계사적으로도 찬란하다.
70년 세월에도 한미일-북중러 대립 구도는 그대로다. 정부는 27일 부산에서 ‘유엔군참전의날ㆍ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을 연다. 22개 참전국 대표 등 4,000여 명이 참석한다. 북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전열사묘와 중국군능원을 찾았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리훙중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은 북한 열병식에 참석, 세 과시를 할 참이다.
정전체제가 70년이나 이어진 걸 정상이라 할 순 없다. 냉전이 끝난 지도 34년이 지났는데 유독 한반도만 과거에 묶여 있다. 이젠 항구적 평화와 상호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는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원칙을 천명한 7ㆍ4 공동성명과 몇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물론 북한이 감히 넘볼 수 없도록 국방력을 키우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고 기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뢰 구축과 상생, 장기적으로 통일까지 도모하기 위해서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지혜도 필요하다. 같은 말과 문화를 오랫동안 함께해온 한민족이 기묘한 정전체제를 방치하는 건 역사적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후세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고 정부도 성실히 임해 새로운 70년을 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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