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졌다. BNK경남은행에서 5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 직원이 700억 원대 은행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난 지 1년여 만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서류를 위조해 대출을 받고 가족 계좌로 이체하는 등 수법도 같다. 당시 금융권과 금감원은 고개를 숙인 뒤 내부통제 강화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었다. 그러나 모두 공염불에 그쳤고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은행 자체 감사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충격이다. 맨 처음 이상 징후를 감지한 곳은 은행이 아니라 수사기관이었다. 지난 4월 다른 사건을 조사하던 검찰이 경남은행 이모 부장의 금융거래에서 특이한 점을 포착하고 정보조회 요청을 할 때까지 은행은 아무것도 몰랐다. 더구나 3개월간 자체 조사 뒤 경남은행은 횡령액이 78억 원이라고 지난달 금감원에 보고했다. 그러나 당국이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한 지 10여 일 만에 사고 금액은 562억 원으로 불어났다.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은폐 축소 보고를 한 것이 아니라면 금융기관으로서 최소한의 감사 능력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금감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국은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건 후 은행 내부통제 혁신안을 통해 장기 근무자에 대한 인사관리 기준을 강화했다. 오랫동안 같은 업무를 맡을 경우 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장은 무려 15년간 동일한 부서에 있었고 범행 기간도 7년에 걸쳤다. 당국의 지시를 무시한 은행도 황당하지만 지침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지 못한 금감원도 할 말은 없다.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9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NH농협은행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5대 은행의 평균 연봉은 모두 1억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금융인의 직업윤리 의식은 올라가긴커녕 오히려 추락하고 있는 듯 보인다. 최근 6년여간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액은 2,200억 원도 넘었다. 이젠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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