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플러스 드라마 '루징 앨리스'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애플TV플러스 바로 보기 | 8부작 | 18세 이상
영화감독 앨리스(아예렛 주러)는 우연히 젊은 여성을 만난다. 소피(리히 코노스키)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영화학도다. 앨리스의 오랜 팬이라며 우연한 만남을 영광으로 여긴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있는데, 앨리스의 남편 다비드(갤 토렌)가 출연할 예정이라고 알려 주기도 한다. 앨리스는 귀가해 다비드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아 읽는다. 충격적인 사랑을 그린 내용으로 눈물이 뚝 떨어질 정도로 매혹적이다.
①매혹적이고도 위험한 여성
육아와 가사로 경력 단절 상태에 놓인 40대 후반 앨리스는 시나리오가 탐이 난다. 우연일까. 연출을 맡기로 한 감독이 시체로 발견된다. 앨리스는 메가폰을 잡고 싶다. 소피가 쓴 시나리오는 아버지와 친구가 사랑에 빠지면서 힘겨워하는 여대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신체 노출이 많은 내용이다. 다비드는 앨리스가 끼어드는 게 마뜩잖다. 하지만 소피가 앨리스를 감독으로 원하면서 앨리스의 소망은 이뤄진다.
촬영 준비는 원활하게 진행된다. 문제는 소피다. 앨리스는 소피의 자유분방한 언행이 못마땅하다. 남편과 야릇한 관계를 맺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다. 소피는 아버지뻘 남자와 사귄다. 소피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쓴 듯하다. 혹시 소피가 친구 아버지와 사랑에 빠져 친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거 아닐까.
②혹시 살인범? 강박에 시달리다
소피에 대한 앨리스의 의심은 강박이 된다. 그럴 만도 하다. 소피는 앨리스의 이웃을 유혹하고, 캐스팅 후보 배우를 찾아가 상식 밖 행동을 한다. 소피를 아는 듯한 중년여성이 앨리스 주변을 떠돌기도 한다. 소피는 살인범일까. 그의 시나리오는 범죄행각을 그대로 옮긴 것일까. 소피는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앨리스와 다비드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할 것일까. 앨리스가 품은 의문이 늘어날수록 서스펜스는 커진다.
앨리스는 영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배우 위상에 흔들림 없는 다비드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받고 싶다.
③전형적인 팜 파탈 뒤집기
드라마는 두 여성을 중심에 둔다. 다비드는 주요 인물이긴 하나 이야기를 이끌지는 않는다. 앨리스와 소피는 게임을 하듯 관계를 이어간다. 연출 경력을 재개하고 싶은 중년 앨리스의 욕망과, 앨리스처럼 성공한 영화인이 되고 싶은 젊은 소피의 갈망이 부딪히면서 서늘한 긴장이 빚어진다.
소피는 전형적인 팜 파탈처럼 보인다. 많은 이들의 인생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으로 초반에 묘사된다. 하지만 드라마는 막바지 반전을 통해 소피에 대한 선입견을 깬다. 앨리스의 강박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드라마는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를 보여주면서도 영화나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을 뒤집는다.
뷰+포인트
제목 ‘루징 앨리스(Losing Alice)’는 중의적이다. 경력 단절로 자아가 무너져가는 앨리스의 상황을 표현한다. 동시에 앨리스가 소피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가졌다가 진실을 알게 됨을 뜻하기도 한다. 가부장제 안에서 육아와 가사에 시달리는 중년여성이 가부장제적 시선으로 젊은 여성을 바라보면서 벌어지는 일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스라엘 여성감독 시갈 아빈이 극본을 썼고, 연출까지 했다. 이스라엘 드라마의 수준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한국인에게는 낯선 이스라엘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건 완성도 높은 이 드라마가 주는 덤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8%, 시청자 78%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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